먹다

키이로: 이것이 진정한 가성비 튀김오마카세

juo 2024. 3. 30. 13:25

신사동의 키이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내 위시리스트에 올라있던 곳이다. 매달 27일 정도에 캐치테이블에서 그다음 달 예약을 한꺼번에 받는 방식과 2인 이상 예약 가능하다는 제약 때문에 강남에 사는 동안 가 보진 못했다. 최근 문득 생각나 예약을 시도했는데 운 좋게 성공해서 시간 많은 친구 하나를 데리고 가 봤다.

간판을 못 찾아 조금 헤맸지만 일찍 도착했다. 내부는 이렇게 다찌 좌석으로 되어 있다.

친구는 술을 안 마셔서 작은 용량으로 파는 하네야 준마이를 주문했다.

약하고 부드럽지만 뒤로 오래 남는 단맛이 있으며, 한국 전통주스러운 기름진 감칠맛이 느껴졌다. 산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간만에 맛본 꼭 내 취향의 사케였다.

포토 타임. 오늘 조리되어 나올 재료들이다.

소스는 쯔유와 소금이 제공되며 코스마다 뭘 찍어 먹는 것이 좋다고 추천해주신다.

바닷장어 젤리. 젤리에서 짭조름한 감칠맛이 느껴지며 달게 양념된 장어 살이 씹힌다. 재미있는 맛이다.

새우 머리 튀김. 쓴 맛이 없으며 껍질이 바삭하며 경쾌하게 씹히고 안에 남아 있는 살의 감촉도 느껴진다. 친구가 새우 머리의 비주얼에 거부감을 느껴 두 개를 더 먹을 수 있었다 흐흐.

새우. 총 두 마리가 나오며 각각 소금과 쯔유에 찍어 먹는다. 통통하고 탄력 있으며 새우살의 달달한 맛이 좋았다. 역시 갓 튀긴 건 맛있다.

아스파라거스를 이렇게 튀겨 먹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과즙이 많은 야채였나?

아스파라거스 밑동. 대파를 씹는 느낌도 나고. 위쪽보다 더 과즙이 많아 입안을 델 뻔했다.

표고버섯 안에 새우살을 채운 것. 표고버섯이 매우 탄력이 있다. 그래선지 아쉽게도 새우살의 존재감이 좀 약했다.

연근. 아삭하고 고소하며 살짝 달달한 향이 느껴진다.

삼치. 소금간이 부족하지 않게 되어 있다. 눈으로 보듯 매우 적절히 익혀서 촉촉하게 입 안에서 부서진다.

양송이. 실하고 촉촉하다.

도미. 부드럽게 부서진다. 삼치보다 촉촉함은 덜하지만 역시 절묘하게 익혔으며 고소하고 맛있다.

제주 구좌당근. 부드럽고 당근답지 않게 달달한 맛이 놀랍다.

새우로 맛을 낸 된장국. 새우 향이 강하게 느껴져 과장하면 말린 새우를 마시는 느낌이다.

장어. 꼬리는 소금에 찍어먹고 몸통 쪽은 달달하게 간을 해 주신다. 장어에 달달한 소스를 발라 먹으면 느끼하단 생각이 자주 드는데 와사비가 같이 나와 그 느끼함을 잡았다.

튀김 오차즈케와 산 우엉 절임. 얼마 먹지 않은 것 같은데 배가 나름 찬다. 저 튀김에도 새우와 연근이 들어 있다.

호박고구마 소르베 아이스. 끝까지 튀김이 같이 나온다. 정말 튀김에 진심인 곳이다.

이 비싼 동네에서 4만 원의 코스라니 이것이 진정한 가성비 아닐까. 가격이 가격인 만큼 고급스러운 재료는 없지만 충분히 좋은 재료를 써 완벽하게 튀겨내 바로 먹는 것만으로 이렇게 맛있어진다.

재료 변동이 잦진 않은 것 같아 다양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자주 방문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예약만 잘 된다면) 1년에 2회는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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