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때늦은 여름휴가로 혼자 홍콩, 마카오 다녀온 사진

juo 2016. 12. 25. 13:36

때는 2016년 10월, 늦은 여름휴가를 쓰고 집에서 뒹굴거린지 이틀째 되던 날.

갑자기 심심해져서 비행기표를 끊고 다음날 홀로 홍콩으로 떠나게 되었다. 비수기라 비싸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완전 즉흥적인 여행이라 사전조사 따위는 하다 말았고 갈 만한 곳은 그때그때 핸드폰 검색으로 해결했다.





카톡으로 이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주니 돌아오는 답변이 "언제 홍콩 가?"

그래, 이 날 홍콩 갔단다.





IFC몰 푸드코트. 먹음직스러운 게 많았지만 혼자라서 눈요기만 했다.





정해진 코스에 따라 시내를 돌아보며 음성 가이드를 들을 수 있는 데다 교통수단으로도 사용가능한 빅 버스 투어. 탑승권이 24시간 48시간 이렇게 있었는데, 24시간짜리 끊으려 하니 홍콩에 며칠 있을거냐 물어보곤 무료로 48시간짜리로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다. 버스 자체는 많이 타진 않았지만 같이 딸린 페리가 유용했다.





어머니께 이 사진을 보내드리니 "머리가 시원~하네"라고 하셨다.

ㅠㅠ





유리궁전에 바짝 붙은 물에 불은 골판지처럼 허름한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저거 철거는 어떻게 하려고.





버스를 타고 남쪽의 해안가 마을인 스탠리까지 왔다. 딱히 할 건 없었고 바쁠 것도 없어서 느긋하게 돌아다녔다.





블랑 생맥이 들어오는 한 음식점. 맥주는 언제나 옳다.

생맥이라 더욱 향긋했고 음식은 그저 그랬다.


원래 스탠리에서 숙박할 예정이었으나 이 근처에 숙소가 없는 듯 하여 빅버스 막차를 타고 부랴부랴 올라갔다.





페리를 타고 구룡반도로 올라가는 중. 건물 전체를 전광판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특이하고 예뻤다.

대충 게스트 하우스를 잡고 다시 밤거리로 나왔다. 평일이라 4인이 쓰는 방을 혼자 쓰게 되었다. 북적거리는 게 게스트 하우스의 매력이긴 하지만 이것도 편하고 나쁘지 않지.




Demian Zen이라는 사람의 비눗방울 쇼쇼쇼.

한동안 멍하니 구경하였다.





간판에 보이는 너무나 친숙한 대동한의원.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역 상점가의 딤섬 가게로 갔다. 다행히 한국인 분들을 만나 합석해서 여러 종류의 딤섬을 먹을 수 있었다.

시카고의 MingHin Cuisine에서 먹은 딤섬만큼이나 맛있었다.


맨 위의 새우가 든 것도 괜찮았고... 오른쪽은 살짝 단 맛이 났다. 중간에 토마토 소스에 절인 건 합석하신 분들은 별로 안 좋아했던 눈치.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호 거리로 가서 한동안 쏘다녔다. 에스컬레이터는 여러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중간 한 부분이 점검중이었다.

에그타르트도 먹어봤는데 계란 흰자 맛, 즉 계란 비린내가 좀 났다.





비가 좀 와서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인테리어를 옛날 홍콩 분위기처럼 꾸며놓았다. 커알못이라 브렉퍼스트 티를 시키고 파인애플 번을 곁들였다. 안에 버터가 한 층 들어있고 겉은 달콤해서 먹을만 했다.


그나저나 올해 여행을 5번 넘게 갔는데 매번 비가 온다. 무슨 마가 끼었나...





시간이 좀 남았다. 어쩌다 공원까지 흘러들어가서 새장 안을 구경하게 되었다.

새치곤 사람 가까이 접근해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쫓겨날까봐 얌전히 구경했다.





저녁은 Mak's noodle이란 가게에 적당히 들어가서 먹었다.

면 식감이 상당히 특이하다. 딱딱한 느낌도 들고...


나중에 이 면이 들어간 음식 중 완탕면도 먹어봤지만 이렇게 자작하게 먹는 게 더 맛있는 듯 하다.





홍콩의 백만 불짜리 야경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보러 나왔다. 스타의 거리는 공사중이라 대충 근처에서 봤다.

야경 자체는 예쁜데...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음악 나오고 거기에 맞춰 건물에서 레이저를 쏘거나 조명이 빛나거나 할 뿐, 기대보단 별 거 없었다.





그 다음 날, 배타고 마카오로 넘어갔다. 고속정이라 그런지 무슨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었다. 공중에도 잠깐잠깐 뜨는 것 같고... 멀미 심한 사람은 주의하는 게 좋을 것.

여권을 확인하긴 했는데 수하물 검색이 없어서 외국 간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마카오는 사진 빼곤 딱히 할 얘기가 없다. 남들은 호텔에서 카지노를 간다는데, 난 싼 호텔에 짐을 풀고서 대충 주위의 유적지 지도를 따라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시간상으론 전부 걸어다닐 만은 하지만 체력적으론 좀 무리가 있다...





맥주를 먹기 위한 저녁 식사.

평범하게 맛있는 폭립이라 약간 실망했다... 이제 몸이 괴식을 원하는 건가.


여담이지만 이번 시위 a.k.a. 아무깃발대잔치에 나가서 "폭립중앙박물관"이란 깃발을 봤는데...





한국의 오뎅같은 길거리 음식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다들 중국어를 써서 주문하는 법도 모르겠고, 가격도 안 나와 있고 게다가 줄이 길어서... 민폐 끼치기 싫어 사진만 몇 장 찍고 나왔다.


묽은 카레국물에 해산물 야채 돼지껍데기 등 손님이 원하는 재료를 적당히 썰어서 넣어주는 듯 했다. 나중에 어느 매장 가서 먹어봤는데 돼지껍데기가 느끼했다.





대신 마트에서 맥주를 사고 신기하게 생긴 안주를 하나 사 왔다. 겉이 혀가 아리게 매운 탱글탱글한 어묵이었다.





친구가 추천해 준 웡치케이의 완탕면이다. 완탕(만두)는 아래 네 개 정도 들어있다. 해장엔 좋을 것 같으나 역시 자작하게 먹는게 입맛에 맞다.





홍콩에 가기 전 카지노 한 번 가 보려고 베네시안 호텔로 향했다.

이런 휘황찬란 번지르르한 곳은 처음이다. 대체 어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건물 2층에 운하를 파고(...) 배를 띄운다는 생각을 했을까.


카지노엔 별 관심이 없어 슬롯머신만 조금 해 봤는데, 2만 원이 순식간에 300원이 되는 매직.





홍콩으로 돌아왔다. 금요일이라 숙소를 잡기가 힘들어서 정말정말 잠만 잘 수 있는 곳에 체크인하고 다시 나왔다. 마지막 날이니까...

유명한 망고쥬스 가게에서 코코넛 + 망고 + 알로에를 사들고 나왔다. 알로에는 빼는 쪽이 맛있을 듯 하다.





사람 키만한 베어브릭이 세워진 곳이 있었다. 사진은 그 뒷면 나무판자.





제니베이커리의 마약쿠키. 기념품을 안 사가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몇 통 사 왔는데, 내가 반은 먹었다. 난 원래 쿠키같은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늘 저녁은 맥주 샘플러와 함께.

이제 저녁밥에 맥주를 먹는 건지, 맥주에 저녁밥을 먹는 건지 알 수 없다.





혼자 떠나니까 확실히 마음은 편한데 "어짜피 혼잔데 좀 고생하지"라는 마인드가 되어 몸이 피곤하다.

여튼 어쩌다 보니 여름휴가를 노비그라드 대신 홍콩에서 보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