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사람 없는 틈을 타서 간 영월 여행

juo 2017. 6. 4. 12:30

회사에 앉아서 일하다 갑자기 현자타임이 와서, 현재 회사 때려치고 PS VR로 노는 친구 하나를 불러서 짧게 여행을 가기로 했다.

주말에 가면 사람이 많을 것 같기도 했고, 토요일은 나도 치과 및 스터디로 일정이 있어서 월요일 하루 휴가를 냈다.

(모두 치아 건강은 미리미리 챙기고 스케일링은 1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받자)


짧은 고민 끝에 영월 인근을 대충 돌아다니기로 정했는데 이유는 딱히 없다.





우선 선암마을로 와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꽤 하이킹을 해야 했고, 집/회사에서 하루종일 앉아있는 생활을 하려다 운동을 하려니 힘들었다.


이 풍경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본 것 같은데,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로 왔다. 멋들어진 영월역의 모습.





다슬기 향촌(성호식당)이라는 곳으로 왔다. 구글지도 별점이 높긴 했었는데, 웨이팅이 조금 있었다.


다슬기전, 다슬기비빔밥, 다슬기순두부를 하나씩 시켜서 먹었다.

다슬기는 아쉽지 않게 들어 있었는데, 저거 하나하나 껍질을 까는 건 엄청난 작업이었겠지...


적절히 괜찮았던 식사였다. 순두부는 생각 없이 밥을 말았는데, 깔끔하게 따로따로 먹는게 더 나았을 것 같다.





다음에 온 곳은 고씨동굴이다.

친구가 요새 죠죠에 빠져 있어서 죠죠서기로 찍어 보았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포즈를 해 봤는데 맛깔나게 포즈 취하기가 참 어렵다. 이게 가장 잘 나온 듯.


고씨동굴은 임진왜란 때 피난가던 고씨 일가가 발견한 곳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단양의 고수동굴과 은근 햇갈린다.





크툴루 님의 존안이 이곳에 새겨져 있다는 소식이다. 찍어놓고 보니까 겁나 무섭다.

석회암 동굴로 울퉁불퉁한 벽이 꽤 그로테스크하다. 사야의 노래에 등장하는 후미노리가 된 기분이다.





거대 딜X(...)

들어가고 나가는 길이 외길이며 통로가 아주 좁고 낮다. 입구에서 안전모를 나눠주는데 정말 없으면 머리를 몇 번이고 부딪히게 될 것 같다.

허리를 푹 숙이고 지나가야 해서 힘들고 툼 레이더를 현실판으로 플레이하는 감각도 맛볼 수 있다.





청령포로 왔다.

길 양쪽으로 가로수를 멋지게 심어놓은 곳이 있다.





청령포는 단종이 수양대군의 쿠데타로 쫓겨나고 유배된 곳이다.

사실 의식주가 모두 제공되고 틀어박혀서 덕질만 할 수 있으면 내게는 천국일 수도 있겠다.

이후 암살당하지만 않는다면...


배를 타고 약 1분 정도 가면 청령포를 관람할 수 있다. 다리를 하나 놓는 편이 더 빠를 것 같긴 하다.





소나무가 많이 있는데 이 소나무엔 전부 번호가 붙어 있다!

1번목을 찾아봤는데 첫 번째 사진 오른편의 벤치 근처에 있었다.





선돌이라는 곳에서 자연 경관을 감상하다가 숙소로 향했다.





할-짝


숙소는 씨스타라는 곳으로 잡았다. 두 명이 자기엔 좀 넓었지만 다른 곳이 가격면에서 메리트가 있지도 않았고.

깔끔한 건 좋았는데 어메니티가 하나도 없었다. 꽤 큰 곳이라 다 있을 줄 알고 안 가져왔는데...

당시 사장님 사정으로 편의점도 안 연 상태라서 차를 타고 다시 시내로 나가 샴푸 바디 안주 술 등등을 사와야 했다.

방에는 전자렌지도 없으니 냉동식품은 잘 생각해서 고르자.





별마로 천문대에 예약을 잡아놔서 꼬불꼬불 산길을 올랐다.

앞에 보이는 검은 구체 네 개는 그냥 장식물인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면 각 계절별 별자리를 볼 수 있었다.

그 뒤편엔 한 쪽에서 속삭이는 소리로 말해도 음파를 모아서 멀리 반대편에서도 들을 수 있게 하는 장치가 있다. 전파망원경의 원리를 설명하는 듯. 꽤 재밌다.





천문대 옆으로 있는 이곳이 패러글라이딩 출발지라고 한다. 저녁에는 이렇게 야경도 즐길 수 있고.


천문대 관람은 먼저 지하 플라네타리움에서 현재 계절의 별자리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리고 망원경으로 이것저것 관람시켜주는데, 역시 먼 곳의 별보다는 행성이나 달이 더 잘 보여서 신기한 편이다.

돔의 거대한 망원경으로는 성단을 봤다. 워낙 멀리있는 놈이라 소금 뿌려놓은 것처럼 보이긴 하다.





낮에 집와이어 예약한 곳으로 갔는데 뭔가 촬영중인 것으로 보인다.

코디, 카메라맨 등이 있고 드론까지 동원된 걸 보아 꽤 메이져 방송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TV를 거의 보지 않는 관계로 더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다.


집와이어는 처음 출발할 때 잠깐 재밌었고 이후에는 그냥 그랬다. 짧기도 하고.

출근할 때나 자전거탈 때, 스키탈 때 매번 바람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나는 거의 울면서(...) 내려왔다.





시장에서 콧등치기 국수라는 것을 먹어봤다.

국물은 짭짤한 잔치국수를 차갑게 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고 메밀면이 쫄깃하다.

좀 더 새콤했으면 입맛에 맞았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럼 더 이상 콧등치기 국수가 아니려나.





부석사 무량수전에 도착했다. 영월에서 오는 산길이 꼬불꼬불 꽤나 험한 편이다.





삼각대 샷건처럼 들고있지 마...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답게 부품(?)이 큼직큼직하고 장식적 요소는 적은 편이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곳을 관람하고 싶다는 꿈이 대학생 때부터 있었는데 아쉽게도 책을 들고오지 않았다.





부석사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 부석바위이다.





동자승 피규어 여기저기 동전이 올라가 있었다. 나도 하나, 엉덩이 위에 균형을 맞춰 세워 놓았다.





내려와서 분수대에서 찍은 한 컷을 마지막으로 여행은 끝이다. 출근을 해야 하니까...

더 더워지면 여행도 힘들 것 같다. 여름 휴가는 아예 가을에 쓰던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