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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어진 손

2023. 4. 26. 6시 좀 넘어 회사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클라이밍 강습을 받으러 갔다. 시작을 기다리면서 인터넷으로 구입한 테이프를 손가락에 동여맸다. 조금이라도 까지는 걸 막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동산 일도 있었고, 로빅님 공연에도 가야 했으므로 월요일 강습은 빼먹었다. 강사님도 예비군 훈련이 있어 그날은 대타 강사님이 진행하신 모양이다. 시작하면서 간단히 복습을 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원래 강사님이 훨씬 깐깐하게 자세를 봐주시는 듯했다. 이번에도 우리 모두 자세 지적을 받으며 “곧 강사님이 우리한테 욕을 트실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한 시간 코스긴 하지만 수강자가 많기도 하고 자세를 계속 바로잡다 보니 기술 하나 정도 배우고, 실전 코스에서 연습을 한 번 하면 끝난다. 이번..

쓰다 2023.05.03

웅진 한국의 자연탐험

2023. 4. 19. 어렸을 때 웅진에서 발매한 한국의 자연탐험 70권 + 어린이 과학탐험 16권이 집에 있었다. 책도 얇고 내용도 재밌어서 몇 십 번을 반복해서 읽었고, 자연과학, 생물학, 천문학 분야의 여러 잡지식과 흥미를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 내라고 하면 항상 과학자라고 쓰곤 했다. 지금은 컴퓨터를 만지고 있지만. 그렇게 좋아했던 책이건만 여느 어린이와 다를 바 없이 책의 가치는 알지 못했다. 고로 그냥 험하게 보는 것도 모자라 학교 숙제에 이 책의 사진을 잘라 붙여 제출한 적도 많았다. 결국 책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려졌다. 그만큼 좋은 사진이 잔뜩 실려 있었고 몇몇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다. 어린이용으로 판매되긴 했지만 성인이 보기에도 충분히 가치 있..

쓰다 2023.04.28

클라이밍 강습

2023. 4. 17. 전에 끊은 클라이밍 강습 첫날이다. 퇴근 후 집에 들렀다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클라이밍화는 따로 알아보고 사기 귀찮아서 즉석에서 사 신었다. 스트레칭을 하며 기다리고 있으라 안내받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그냥 앉아 있었다. 수강자가 꽤 됐고 한 명 한 명 자세를 봐주다보니 아무래도 진도가 느렸다. 그래도 여러 명이라 즐거웠다. 시작 전에 한 명씩 자기소개를 했는데 사는 곳은 제각각이어도 모두 직장이 근처여서 퇴근길에 들르시는 듯했다. 운동을 처음 해 본다고 말하자 그런 팔이 아닌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맨날 말랐단 소리나 들었지, 근육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건 생애 최초라 신선했다. 기초 중의 기초만 배우고 우선 오늘의 수업은 종료. 이후엔 초급 난이도..

쓰다 2023.04.26

집 찾기

2023. 4. 15. 어머니가 전날 자취방에 오셔서 주무시고 가셨다. 처음 이 집을 마련할 때, 가족 여행을 갔다가 귀가하는 길에, 그리고 세 번째로 들르신 거다. 방 상태를 보다 못해 청소를 하려 하시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당신 보시기에도 괜찮은 수준인 듯했다. 오신 이유는 부동산을 같이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집이 있으면 좋긴 하지만 형편이 되지 않으면 전, 월세, 정 안 되면 본가로 다시 들어가 살아도 딱히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싫어하시겠지만. 여태껏 생각 없이 살아왔고 미래에 대한 투자 같은 건 욕심도 관심도 없다. 하지만 어머니께선 이미 인터넷으로 괜찮은 지역을 여기저기 알아보시고 이미 단지까지 결정하신 듯하다. 집 근처 맛집인 농민백암왕순대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지만 토..

쓰다 2023.04.23

클라이밍 체험

2023. 4. 9. 며칠 전 술을 마시고 밤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클라이밍 체험 광고판을 보고 당일 자기 전에 예약을 걸었다. 예전부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었기도 해서 술기운을 빌려 망설임 없이 지른 것이다. 제일 좋았던 점은 집에서 매우 가깝다는 거다. 뭔가를 하러 집에서 멀리 가야 할수록 의욕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당일날이 되어 터덜터덜 걸어 센터로 갔다. 매번 앞을 지나면서도 지하에 위치해서 안쪽이 안 보였는데, 내려가자 유리 너머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였다. 평일 저녁에는 퇴근하는 직장인 때문에 이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왠지 집 근처의 장소는 한산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역시 서울은 다르다. 체험 인원은 서로 친구 사이인 남자 두 분, 혼자 오신 여자 한 분, 나 이렇게..

쓰다 2023.04.13

바깥 음식만 먹기 챌린지

2023. 4. 5. 회사에서 테스트모니터 당번을 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빌드모니터다. 이슈 수는 적었으나 큰 건이 하나 터지니 여기저기서 핑이 와 정신이 없었다. 하필 점심시간 즈음에 문제가 터져 음식 맛도 제대로 못 느끼고 자리로 돌아와 이슈를 처리했다. 친절한 (또는 보다 못한) 사우 분이 챗으로 도와주셔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후는 자잘한 이슈만 있었지만 심적 압박이 너무 커서인지 숨을 크게 들이쉬면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17시에 당번 교대가 되었다. 못 다 한 일은 신경 끄고 다음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남은 할 일을 처리하고 퇴근해 맛있는 음식과 술로 고단함을 달래야지. 오늘은 집에 있는 썩기 쉬운 식재료를 모두 처리하고 “바깥 음식만 먹기 챌린지”를 시작하는 날이니까..

쓰다 2023.04.11

여름 준비

2023. 4. 2. 숙취로 인한 약간의 두통과 함께 일어났다. 이른 시간부터 햇빛이 블라인드 사이사이를 뚫고 들어와 잠이 일찍 깼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은 후 조금 더 잠을 청했다. 어제는 나가서 해야 할 일을 몰아 처리했으니 오늘은 집안에서 해야 할 일 차례다. 카페에서 사 온 소시지빵에 마지막 남은 멸균우유를 곁들여 처리했다. 어제 찍은 벚꽃 사진을 편집하기 시작했는데, 신이 나서 연사를 남발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주저 없이 비슷한 사진을 지우고 나니 20장이 조금 넘게 남았다. 잠결에 아이패드에 메모해 놓은 다른 할 일에 착수했다. 이불을 매트에서 걷어 세탁소에 맡기고, 오는 길에 밀키스와 따옴바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과음한 다음 날엔 평소와는 다르게 탄산음료와 상큼한 셔벗이 땡긴다. 다음..

쓰다 2023.04.09

양재천 벚꽃 출사

2023. 4. 1. 인천에 살았을 때는 벚꽃이 피면 인천대공원이나 자유공원으로 친구들과 놀러 나가곤 했다. 코로나 19가 창궐했을 땐 벚꽃놀이도 시들해졌지만 작년부턴 좀 갈 만한 분위기가 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서울 시민이 되어버린 몸, 인천 서쪽 끝까지 가기는 너무 멀다. 작년에는 석촌호수를 갈지 고민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호수 주위를 도는 인간 회전초밥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포기했었고 올해도 똑같은 고민을 시작했다. 어제 회사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자 Y님은 혼자면 나가지 말라고 장난스럽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혼자서 벚꽃 구경도 못 할 이유는 또 무엇이랴. 이런 아무 이유 없는 사회적 관습을 강요받으면 괜히 싫다. “남자는 머리가 짧아야 깔끔하다”, “게임을 줄이고 학원을 다녀야 공부를 잘한다”,..

가다 2023.04.09

코로나 이후 첫 일본 여행: 스시오마카세

2023. 3. 21. 푹 자고 11시에 딱 맞춰 체크아웃했다. 피규어 박스를 백팩에 넣으니 간신히 들어가 다행히 쇼핑백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패딩은 어쩔 수 없이 입고 다녀야 했지만 대신 안에는 반팔만 입었다. 하루종일 더웠으므로 정말 적절한 판단이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다이칸야마의 스시 타케우치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생각지 못하게 하치코 동상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주위가 붐벼 기념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안 들었다. 흐렸지만 벚꽃이 어느 정도 피어 있어 예뻤다. 스시야는 한참 더 걸어 한산한 골목가에 있었다. 첫 메뉴가 나오자마자 술부터 주문했다. 메뉴는 따로 없고 종류와 원하는 느낌을 말하면 구비해 놓은 것 중 꺼내 주신다. 깔끔하고 드라이한 니혼슈 도쿠리로 시작했다가 주위 사람들이 ..

가다 2023.04.06

코로나 이후 첫 일본 여행: 시부야

2023. 3. 20. 시부야 역은 엄청났다. 그동안 가 본 일본의 대도시라 봐야 오사카나 삿포로 정도였는데 이곳은 정도가 달랐다. 일본 인구의 80% 정도가 여기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차로에 사람이 많다. 멋지고 특이한 패션을 한 사람도 많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한국 사람이 옷을 무난하게 잘 입긴 하지만 재미가 없다. 개인적으론 좀 더 다양성을 용인하는 분위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텔을 all day place라는 곳으로 잡았는데 체크인이 완전 셀프라 신선했다. 방은 캐리어 두 개와 침대 두 개를 빼면 발 디딜 공간이 없는 수준으로 정말 작았다. 특히 벽걸이 TV보다 얇아 보이는 냉장고가 인상 깊었다. 그래도 적당한 가격대에 적당한 위치가 여기밖에 없었고, 오다가다 본 1, ..

가다 202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