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9일차: 하펜시티, 독일 마지막 날

juo 2024. 5. 3. 22:43

아침으로 어제 마트에서 산 신라면 김치맛을 먹었다. 역시 안정적인 맛이었으며 이 또한 "싹 내려줬"다. 10시 반 정도에 밖에 나가려고 했지만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마트 구경을 다녀온 후에 빗발이 좀 약해지더니 전철에 타고나니 하늘이 갑자기 맑아졌다. 대체 뭐지.

엘필하모니 건물은 무료 티켓을 발급받은 후 거기 적힌 시간에 입장하는 방식이다. 대기하는 동안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비수기 만세.

특별한 건 없지만 주변을 조망하기 좋았고 기념품 가게에 생각보다 예쁜 물건이 좀 있었다.

하펜시티 산책을 하면서 벽을 타 보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한쪽으로 무너질 것 같은 저 아슬아슬한 건물은 대체 어떻게 하중을 지탱하는지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놀이터에도 가 보았다.

융페른슈티크 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데 하늘밖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천국의 계단을 오르고 있나? 끝까지 올라가자 알스터 호수가 보였다.

글뤼바인 냄새가 나 주위를 둘러보자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다. 여태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아서 적당히 지나쳤다.

점심을 해결할 요량으로 우리 회사 사무실로 갔다. J를 게스트로 등록하고 식당을 찾아갔다. 연말이라 출근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점심 먹기엔 약간 늦은 시간이라선지 떨어진 메뉴가 좀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부담 없는 건강식을 먹는 느낌이 좋았다.

이 부근은 쇼핑할 만한 곳이 많다. 가게에 일일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은근한 복작임에서 생동감이 느껴졌고, 상점가 위의 겨울 느낌이 나는 조명이 예뻤다.

Europa Passage에 들어가 봤는데 한가운데 5층에서부터 내려오는 미끄럼틀이 있었다. 무료로 탈 수 있어 우리도 줄을 서서 타 봤다. 높고 빠르고 재밌지만 급회전 구간에서 무릎을 부딪히고 말았다. 왜 이런 미끄럼틀을 탈 때 몸을 일 자로 펴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마지막 날 저녁은 Schifferbörse라는 식당의 생선 요리로 정했다. 우리 앞 대기 팀의 아이가 배경음악에 심취해 열심히 꼬물꼬물 춤추는 모습을 구경하다 보니 금방 차례가 왔다.

식당 내부 장식은 무슨 박물관에서 뜯어온 것 같이 고풍스러웠으며 간만에 친절하고 빠릿빠릿한 서버를 만났다. 맥주 맛은 말할 필요도 없고, 생선구이도 괜찮았다.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흑빵에 올린 청어를 많이 먹는다 해서 주문해 봤는데 안주로 괜찮은 핑거푸드였다. 오이 샐러드와 같이 먹으니 어울렸다.

새우 요리도 궁금해서 주문해 봤는데 한국이었으면 새우깡으로 나올 법한 크기의 자잘한 새우를 삶아서 차갑게 낸다. 찾아보니 북해새우라고 한다. 살짝 비렸지만 못 먹을 맛은 아니었다.

내일은 독일을 벗어나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이동한다. 독일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까지 이렇게 완벽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