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얼레벌레 등산에서 롯데월드까지

juo 2024. 4. 29. 00:15

2024. 4. 27.

어느새 (왠진 모르지만) “얼레벌레”로 이름이 지어진 것 같은 클라이밍 모임 날이다. 평소처럼 암장에 가는 대신 용마산 - 아차산 등산을 위해 모였다.

낮은 산이라 배낭에 카메라까지 챙겼다. 혹시 쌀쌀할까 싶어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갔는데 버스에 타자마자 벗어 가방에 넣었다.

다들 역에 모여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M은 예상했던 대로 잘 올라가는데 S님과 Y가 엄청 힘들어한다. 난 학창 시절부터 운동을 싫어했고 허약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자랐는데, 나보다 더 못 움직이는 사람을 볼 때마다 신기하기 그지없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용마산 정상까지 도달했다. 원래 목적인 아차산 정상에 가려면 온 길을 약간 돌아가야 했지만 아차산 정상에는 인증사진을 찍을 비석이 없기 때문에 굳이 용마산까지 온 것이다. 이 인증샷에 미친 인간들.

아차산 정상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S님이 사 온 김밥을 먹고 내려갔다.

원래 가려 했던 할아버지 손두부집이 2시가 넘었는데도 웨이팅이 있어 근처의 아차산손두부로 갔다. 맛은 괜찮았는데 운동 직후가 아니었다면 평범했을 것 같다. 문제는 주문 대응이 원활하게 안 되었고 컵의 설거지 상태도 별로였다. 고춧가루가 묻은 막걸리 잔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다시 요청드릴 때까지 내오지 않았고, 다시 받은 잔은 고춧가루가 묻었던 바로 그 잔이었던 것(…)

평소엔 이렇게 모이면 하루종일 놀곤 하지만 등산으로 지쳤으니 식사를 마치고 집에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식사 중 “이제 어디 가지?”란 말이 나오고 한강 자전거(Y 자전거 가르치기), 아이스링크, 인라인 스케이트 등의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더니 롯데월드로 결정이 되었다. 나야 집 가긴 좀 편해져서 좋긴 한데, 등산화 신고 놀이공원을 갈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국내외의 다른 놀이공원은 몇 년에 한 번씩 가긴 했는데 롯데월드는 정말 오랜만이다. 대학생 때 동아리 동기들과 간 이후로는 처음인 듯 하다.

게다가 어른이 된 이후론 주로 사람이 없을 때를 노리거나 라이트닝 레인 같은 자본주의 파워로 거의 줄을 서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 시간 넘게 줄을 서는 경험도 오랜만이다. 대기하는 동안 구슬 아이스크림, 소시지, 떡볶이, 옥수수, 츄러스 등을 씹으며 견뎠다. 어른의 자본력 만세.

놀이기구 일부는 65세가 넘으면 탈 수 없다던데 아버지도 머지않았다. 나중에 슬쩍 얘기해 드려야겠다.

이 공원에 입장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얼마나 될지, 우리도 최상위권에 들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나왔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아서 우리도 비교적 젊은 편이 아닐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제 우리가 그 나이대잖아. 생각을 그만두었다.

16시에 입장해 폐장 전까지 아틀란티스, 자이로스윙, 자이로드롭, 혜성특급, 신밧드의 모험을 탔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부산 롯데월드보다 탑승 시간이 짧게 설정된 듯하다.

자이로스윙을 올려다보면서 저걸 타는 것보단 정비용 사다리를 올라가는 게 더 무서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 놀이공원은 놀이기구 자체보단 옆 친구가 비명 지르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다.

텐션 넘치는 에버랜드 알바와는 다르게 이쪽은 대부분 표정이 죽어 있었다. 사회인의 애환이 느껴졌다.

토요일 밤이고 하니 집에 돌아와 씻고 사진을 편집해 공유한 후 근처 술집으로 행차했다. 주종이 다양하지 못한 게 단점이지만 안주가 항상 맛있다. 또 모임으로 하루가 삭제되었지만 알차게 보냈다. 내일은 집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