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8일차: 베를린 기술 박물관

juo 2024. 4. 28. 23:29

자기 전에 우리가 가려는 베를린 기술 박물관에 짐을 보관할 수 있는지 구글 맵에 질문을 올려놨는데, 3명이 그렇다고 자세한 답변을 달아 주었다. 나가기 전에 따봉을 하나씩 눌러줬다.

체크아웃을 하러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가 꽉 찼다. 역시 마지막까지 싼 값을 한다.

박물관까지 짐을 끌고 갔다. 코인 로커는 무료인 데다가 사이즈도 낭낭했고, 동전이 없다고 하니 직원이 동전 대신 쓸 수 있는 플라스틱 원판을 주기까지 한다.

우선 별관을 보러 갔는데 구 기차 차고지를 그대로 이용한 듯했다. 실제로 운용했던 기차를 줄줄이 전시해 놓았다. 그 외 사진, 서류가방, 가공기술 등의 자잘한 주제에 대한 전시가 위층까지 있다.

본관으로 넘어갔다. 이쪽은 선박과 항공기 위주다. 평생 볼 미니어쳐 배(크기가 커서 미니어쳐라 하기도 뭐 하다)는 여기서 다 본 것 같다.

전시 분야가 다양하긴 하지만 특히 철덕, 항덕 등 특정 분야의 오타쿠가 오면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은 곳이다. 나는 별 관심이 없지만 내 주위 사람 중 그나마 이쪽에 소양이 있는 P를 데리고 와서 반응을 보고 싶어졌다.

단점이라면 넓은 장소에 정해진 동선이 거의 없다 보니 어디부터 봐야 할지 어디를 이미 봤는지 헷갈리곤 했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에 살 만한 게 없는 점도. 돈을 좀 쓰고 싶었는데.

열심히 걸어다녔더니 배가 고팠다. 내부에서 간식이라도 팔았으면 좋으련만. J가 쌀이 당긴다고 하여 조금 멀리까지 걸어 스시집을 찾아갔다. 정통 일식은 아니고 아시아 요리, 즉 한중일에 인도 요리까지 섭렵한 대단한 곳이다. 가격도 좀 나간다.

말은 초밥이지만 서양식 롤 위주다. 양도 푸짐했고 괜찮았다. 미소장국도 하나씩 시켰는데 역시 한국인은 국물이다. 싹 내려준다.

김치가 있길래 궁금해서 주문해 봤다. 반찬이 아니라 샐러드 느낌으로 먹기 위해선지 짜고 신 맛은 약화된 대신 단 맛이 좀 있었다. 못 먹어줄 맛은 아니었다.

기차로 함부르크까지 출발했다. 먼 길이었으나 운좋게 빈자리를 찾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함부르크 역은 여태 들은 역 중에 가장 크고 사람도 많았다. 서울역이 생각났다. 조명에 미친 나라답게 휘황찬란한 불빛 장식이 많아 예뻤고 특히 거대한 필립스 조명이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의 기업이 독일의 지하철역을 지배하고 있다…….

역 통로 중앙의 Mr. CLOU의 요거트가 맛있어 보여 하나 샀다. 양도 많고 뻑뻑하고 귤도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달아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맛은 있어서 세 번에 나눠서 다 먹었다.

좋은 호텔이라 방이 넓고 처음으로 생수를 받았다. 쾌적한 환경과 와이파이 속도를 조금 만끽하다 나갔다.

근처의 거리는 이국적이었다, 그러니까, 독일 같지가 않았다. 야채와 과일을 늘어놓고 파는 슈퍼마켓이 줄줄이 있었고 아랍계 가게로 보였다.

적당히 돌아다니며 대형 슈퍼마켓 등을 구경했다.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의 주류가 엄청 싸서 놀랐다. 맥주가 물보다 싸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내가 독일에서 태어났으면 진작 간암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나마 요새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물 가격을 좀 내렸다고 한다.

어 곳엔 폭죽만 잔뜩 모아놓은 코너가 있다. 그러고 보니 봉투 한가득 폭죽을 사 가는 사람을 봤었는데, 대체 이 나라 사람들에게 폭죽이란 뭘까. 한국 컵라면 코너에서 “김치” 신라면을 찾았고 맛이 궁금해서 사 봤다.

햄버거 맛집 체인 피터 팬에 왔다. 가게가 매우 넓은데 비해 직원이 부족한지 서빙이 대체로 느렸다. 미국이었으면 팁을 거의 주지 않았을 거다. 프라이 세트 하나, 각자 커다란 버거를 하나 시켰는데 하나만 시킬 걸 그랬다. 이걸 전부 먹었다간 고지혈증이 올 것 같았고, 엄청 맛있는 것도 아니라 반 정도 남겼다. 프라이는 괜찮았고 특히 고구마튀김이 맛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뒹굴거리며 소화를 시켰다. 여기서 이틀 동안 편히 묵을 생각을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