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71

오사카 여행 5일차

숙소의 여행지 안내에서 후시미이나리 타이샤를 보고 나는 말했다. "왜 여기를 코스에 넣지 않은 거지?" 절대 가야 한다는 말이다. 출국일이고 없던 일정을 추가하다 보니 좀 일찍 일어나야 했다. 밥은 전날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전자렌지로 데워 먹었다. 일본 도시락이라고 전부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졸린 눈을 부비며 이나리 역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위 사진의 캐릭터 판넬이 보였다. 와서 알게 된 거지만 저건 '이나리, 콩콩, 사랑의 첫걸음'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었다. 이 신사를 배경으로 한 애니인데, 이렇게 콜라보가 되는게 덕후로서 부러웠다. 내가 오자고 한 이유는 다른 만화인 '아리아'에 나온 장소라서지만... ARIA 1권에 나온 장소. 사실 여우신을 모시는 건 아니고 신의 사자가 여우라서 여우..

가다 2014.06.26

오사카 여행 4일차 (2)

다시 걷고 걸어 전차에 올라탔다. 제일 앞에 있는 차에 탔는데 저런 식으로 앞이 뻥 뚫려 있다. 시원시원한 느낌이 든다. 잠시 철덕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라시야마 역. 가츠라가와 강이 흐르고 서정적인 분위기. 뭔가 공사를 하고 있어서 좀 깼다. 계속 걸었지만 이상하게 오늘 하루 여행하며 얻은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일본과 숲 하면 딱 떠오르는 대나무 숲이 바로 여기다. 입구에는 상점가가 있어서 간단한 군것질을 할 수도 있다. 숲을 한 바퀴 걷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런 한적한 곳에서 시라도 한 소절 읊으면 운치있을 텐데. 무... 무슨 가락이요? BURARI라고 하니 모 사이트가 떠오른다. 저녁 무렵 조명이 켜진 아라시야마 역도 멋있었다. 관광지로서 나쁘지 않은 곳이다. 코..

가다 2014.06.25

오사카 여행 4일차 (1)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교토의 기온시조 역으로 왔다. 이걸 다 들고 다녔다간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 될 것 같아서 코인 락커를 이용했다. 아침을 좀 먹고 싶었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식당같이 생긴 곳이 보이지 않아 편의점에서 빵과 삼각김밥을 사 먹었다. 삼각김밥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색다른 종류가 있을 뿐. 명란젓 맛이라든지. 교토에서 제일 오래된 신사인 야카사 신사. 관람객이 꽤 있었다. 내부도 아주 크고. 너무 커서 무슨 공원같다. 아까 산 빵을 떼어다 비둘기야 먹자 구구구ㅜ구구구구ㅜㄱ 타임을 가지고 한 바퀴 둘러본 후 걸어서 근처의 기요미즈데라(천수사)로 향했다. 여기는 관광객이 더 많았다. 누가 봐도 관광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북적댔다. 패키지로 온 한국인 분들도 있었고. ..

가다 2014.06.25

실치회 먹으러 간 당진 장고항, 왜목마을

실처럼 가느다란 물고기 실치는 3월 말부터 4월까지 회로 먹고 그 이후엔 뼈가 씹히거나 해서 뱅어포 등에 쓰인다고 한다. 새로운 음식 맛보기 좋아하는 나는 겸사겸사 부모님과 가족 여행을 떠났다. 곧 시험이지만 어쨌든 휴일은 휴일이니까. 내려가는 길은 그리 막히지 않았다. 항구도 한산했고 이따금 가족, 친척끼리 또는 어르신들 모임으로 온 분들이 왕왕 보였다. 음식점도 있고 끝에는 회 센터도 있었다. 아무 음식점이나 맛은 비슷할 테니 적당히 들어갔다. 양은 아주 푸짐했는데 갓 잡혀온 실치 맛 보라고 추가로 조금 더 주셨다. 성질이 급해서 잡히자마자 5분쯤 되면 죽어버린다고 한다. 밴댕이 못지않는 소갈딱지를 가진 놈이다. 맛은 무미(無味)에 가깝다. 입안에 새콤한 야채무침과 같이 넣고 씹다 보면 금새 목으로 ..

가다 2014.04.14

오사카 여행 3일차

아침은 게스트 하우스 근처 도시락 가게에서 사왔다. 전자레인지 어묵도 같이. 맛은 있었는데 한솥도시락 먹는 기분이었다. 아마 그런 느낌의 체인점인 듯. 밤에도 여기서 도시락을 사 먹었는데, 삼각김밥은 그냥 그랬다. 한 녀석이 닭튀김인줄 알고 뭘 집었다가 굴(カキ)튀김인 걸 알고 절규했다. 여행을 가려면 좋아하는 음식뿐 아니라 싫어하는 음식도 어느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리노미야 역, 역사 박물관에 도착했다. 원래 USJ를 갈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어트렉션이 재미가 없다는 얘기에 어제 저녁에 계획을 급 수정, 오늘은 박물관 특집이다. 전통 유물과 디오라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재밌다고 하던데 우린 그닥. 대신 애들 하라고 설치해놓은 퍼즐이나 맞추고 있다..

가다 2014.04.05

오사카 여행 2일차

이튿날이 되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게스트 하우스의 비닐 우산 4개를 빌려 썼다. 그나저나 저 놈의 패션왕 포즈는 여행 내내 사진 찍으면서 본 것 같다. 조식은 근처의 카페에서 버터 바른 토스트와 스프, 홍차로 때웠다. 따뜻하고 달지 않은 두껍게 썬 토스트 그대로의 맛이었다. 스프는 묽은 호박죽같은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특별히 맛있진 않았다. 그 유명한 카이유칸의 텐포잔 대관람차!! 는 우리가 갔을 땐 공사 중이었다. 여튼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크고 아름다운 관람차다. 국내도입이 시급하다. 아침이고 날씨도 좋지 않아 전경이 멋대가리 없어보이지만 저녁에 불 들어오고 하면 꽤 멋진 걸로 알고 있다. 여튼 우리가 관심있는건 외부가 아닌 내부이다. 내가 코엑스, 부산에 있는 아쿠아리움을 ..

가다 2014.03.22

오사카 여행 1일차

평소에 덕력이 충만하던 친구 그룹과 갈 만한 해외여행지는 역시 일본일 것이다. 마침 방사능이니 뭐니 해서 엔화가 팍 떨어졌고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획을 짰다. 비행기를 예약한 후, 쇼핑을 포함한 여비로 인당 80만원 정도를 환전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20만원 좀 넘게 남았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전날, 인천공항 지하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수속이 시작되지 않은 채였다. 면세점을 여기저기 구경했지만 늘 그렇듯이 술 빼곤 별로 살 게 없었다. 가는 길에 술 사 봤자 뭐 하겠냐만은. 저가항공인 대신에 별 서비스가 없지만 짧은 비행이라 불편함 없이 갈 수 있었다. 피치항공은 간사이 제2공항으로 도착한다.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제1공항으로 향했다. 이쯤 되자 인터넷이 잡히기 시작..

가다 2014.03.16

강릉 정동진 눈 구경

이번 겨울은 이상하게 눈이 쌓이질 않아 눈사람을 만들지 못했다. 저번 겨울에 만든 눈사람이 1년도 넘게 내 카톡 프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친구가 보곤 '눈이 없으면 눈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지!' 라고 해서 폭설이 내렸다던 강릉으로 떠났다. 청량리에서 새벽 기차를 탔다. 강릉에 뭐가 있다고 기차가 만석이라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중간쯤 가니 카페 칸이 어느 정도 비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선로 옆으로 쌓여 있는 눈이 우리를 반겼다. 옆으로는 바다가 있었다. 해변에 눈이 이렇게 쌓이다니. 바다-모래사장-눈이 같이 있는 풍경은 나름 신선했다. 해가 뜰 때까지 딱히 할 게 없었다. 바다를 좀 구경하다 눈밭에서 구르는 것밖엔. 눈이 두껍게 쌓여 얼어 있었기 때문에 그 위를 조심스레 걸을 순 있었지만 곧잘 ..

가다 2014.02.20

제주는 솔플 (3) - 아래쪽과 바닷가 관광지 리뷰

테디베어 뮤지엄 각종 테디베어들이 테마에 맞춰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예술 작품을 패러디한 전시물, 역사적 인물들을 본뜬 곰, 실제로 가지고 놀던 곰, 엘비스 프레슬리 베어 공연 등의 코너가 있다. 정말 곰인형의 역사가 오래되긴 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며 물고 뜯고 해서(추측)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 녀석들은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기도 했다. 사람 키만한 곰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팟도 있다. 어서 금을 바치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 같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트릭 아트를 배경으로 재미있는 사진 찍으러 가는 곳이다. 작품마다 예시 사진과 설명이 있고 바닥에 촬영 포인트가 표시되어 있다. 나처럼 혼자 가는 사람(...)은 삼각대를 필히 챙겨 가자. 관람객들이 많아서 처..

가다 2013.11.30

제주는 솔플 (2) - 위쪽 관광지 리뷰

떠나기 전에 갑자기 떠나기로 한 여행이라 관광지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 아니, 조사할 생각을 안 했다는 것이 맞지. 귀찮아서 대충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가면 되겠거니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떠나려고 했다. 결국엔 출발 전날 밤에 인터넷을 뒤져서 지역별로 박물관 정도는 알아보고 갔다. 조사하면서 지역/종류별로 관광지, 숙박업소, 음식점 등이 나와있는 제주모바일이라는 사이트를 유용하게 사용했다. 관광지 정보 말고도 여기서 쿠폰을 발급받으면 문자로 바코드가 날아오는데, 이걸로 여기 나열된 곳에서 결제를 하면 조금 할인된 가격이 미리 적어놓은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식. 편리해 보여서 조사하는 김에 발급받아 갔다. 웬만한 곳은 거의 있는 것 같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 여긴 컴퓨터공학도로서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가다 2013.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