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170

느닷없이 축가를 부를 뻔 했던 친구 동생 결혼식

2023. 2. 11. 친구 JH의 동생인 JC 결혼식 날이다. 부모님이 베트남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양복을 다려놓을 테니 본가에 들러 입고 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동생의 친구가 어제 본가에서 자고 간다고 해서 그냥 집에 있는 와이셔츠와 슬랙스, 동생이 생일선물로 사 준 나이키 에어포스를 걸치고 가기로 했다. 사진도 안 찍을 거라 복장은 크게 관계없다. 충분한 수면 후 식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할 생각으로 나와 전철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인물로부터 전화가 왔다. JH였다. D랑 축가도 불러야 하고 동생 결혼식 뒷바라지로 바쁠 텐데 무슨 일이지? “야 너 오늘 결혼식 오지?” “응.” “지금 어디야?” “이제 구로.” “응 오케이 알았어.” “아니 뭔데 무슨 일인데.” 불안해서..

쓰다 2023.03.04

영양에서 다시 일상으로

2023. 2. 5. 공기는 추웠지만 이불이 두껍고 전기장판이 뜨끈해 불편하지 않게 잤다. 아침부터 일어나 거실에서 아침 준비를 하는 친구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일 늦게 일어나고야 말았다. 휴일에는 적어도 11시까진 자야 하는 것 아닐까? 아침은 어제 먹지 못한 소고기를 썰어 넣은 짜슐랭과 밀키트 김치찌개였다. 체크아웃 후 주인 분들께서 직접 아궁이에서 볶은 커피를 대접해 주셨다. 고소하고 적당한 산미가 느껴졌다. 우리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난자를 한 판 더 즐겼다. 플레이어 사이에 흥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재밌을 것 같아 골라온 게임인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이 점에 관심을 보이며 구입해 놓을지 고민하시는 듯했다. 인스타에 우리가 노는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도 하셨다. 나쁘지 않은 플레이라고..

쓰다 2023.02.27

온전히 우리만, 영양 여행

2023. 2. 4. J가 계획한 영양 여행의 첫날이다. 왜 이런 아무것도 없는 동네로 숙소를 잡았냐고 묻자 아무것도 없는 동네에서 회사 일을 모두 잊고 쉬고 싶어서라고 한다. L사에서 매일 야근을 하며 노예처럼 굴려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짐을 싸들고 부평으로 출발했다. 카메라맨으로서 매번 챙기는 미러리스, 삼각대에다 이번엔 새로 산 렌즈까지 가방에 넣으니 짐이 너무 무거웠다. 보드게임 담당도 맡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번엔 욕심내지 않고 부피가 작은 보난자와 펭귄 파티만 챙겼다. 마트에 모여 음식 담당인 S의 지시에 따라 장을 보고 근처의 순대국밥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은 후 출발해 새벽에 영덕 해안가에 도착했다. 할 일도 없으니 차박을 하고 새벽에 해를 보자는 J의 의견에 따랐다..

쓰다 2023.02.17

구내염이라 쓰고 고통이라 읽음

2023. 1. 30. 피곤했는지 지난주부터 입안 여기저기 구내염이 나기 시작했고 금요일부터는 목 안쪽까지 아파 밥을 삼키기가 힘들었다. 몸살이거나 코로나에 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나 타이레놀을 한 알 먹어봐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을 보아 목이 아픈 탓에 드는 착각인 듯했다. 입 속에 손가락을 넣어서 여기저기 더듬어 보니 혀 안쪽 좌우로 염증이 생긴 것 같았다. 금요일부터 고통으로 가득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 오후에 사무실에서 나와 이비인후과에 들른 후 일찍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구내염 때문에 병원을 가는 것은 처음이라 어떤 처방이 나올지 조금은 궁금했다. 증상을 설명하자 의사 선생님은 목과 코 안쪽을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여쭤 보셨다. 열은 나지 않는지, 침 삼킬 때 아픈지..

쓰다 2023.02.15

요팟시 진행자 교체, 안녕, 승준

2023. 1. 28. 어제는 몸이 안 좋아 일찍 잤고 늦게 일어났다. 새벽에 업무 메시지가 온 것을 보고 답변을 바로 하고 싶었지만 잠결에 일하다 무슨 헛소리를 할지 몰라 다시 잤다. 동료와의 타임존이 다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열이 나지는 않는데 목 안쪽을 포함해 입안이 여기저기 헌 느낌이 났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 건강 챙기기 따위의 이유는 아니고, 어제 고등어 한 마리를 사다 조림을 해 놓은 것이 상하기 전에 부지런히 먹어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거칠거칠한 고등어 살을 씹어 삼키는 일은 고통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생산성 있는 일은 접어두고 밀도 낮게 쉬다 예매해 둔 요팟시 공개녹음을 보러 나왔다. 코로나 이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XSFM의 팟캐스트 그알싫, 요팟시는 첫 방송부터 듣..

쓰다 2023.02.12

니지모리 스튜디오 료칸

2022. 1. 22. 설 연휴 중에 가족들과 니지모리 스튜디오 료칸에 놀러가 묵기로 했다. 일제가 없애려 했던 음력설 당일에 일본풍 테마파크에 방문해도 되나 싶었지만 대표자가 한국인이니까. 료칸 숙박비가 4인 100만원이 넘는단 것을 듣고 “이럴 거면 차라리 일본으로 가자.”라 하고 비행기 값을 검색해봤는데, 그냥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도 운전은 내가 한다고 나섰다. 불운하게도 작은 사고가 있었다. 음료를 픽업하러 스타벅스를 가는 길에 옆 차의 사이드미러를 살짝 친 것이다. 처음 내 보는 사고에 당황해 어쩔 줄 몰랐지만 아버지가 우선 멈춰 깜빡이를 켜라 하시고 그 차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차주는 똥씹은 표정이었지만 외관상 손상이 없어선지 천만다행으로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팰리세이..

쓰다 2023.02.11

설 연휴 시작

2023. 1. 20. 내일부터 설 연휴다. 휴가지만 technical manager인 T가 채팅과 코드 리뷰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길래 답변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 안 그래도 시차 때문에 업무 시간 동안 답변을 받으려면 하루가 걸리는데, 그나마도 잘 답변을 해 주지 않아 일이 뭐 하나 해결된 것이 없던 참이다. 우리 회사는 안팎으로 동료가 좋은 회사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이것도 팀바팀인 모양이다. 정말이지 앞으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연휴 전날이고 해서 휴가를 썼다. 원래라면 맛집을 찾아다녔겠지만 남은 두부를 연휴 동안 먹지 않고 방치했다간 어떤 꼴이 날지 뻔해서 점심 김치찌개, 저녁 두부부침으로 소비할 계획을 세웠다. 겨울에 김장한 김치가 일반 냉장고에선 빠르..

쓰다 2023.01.26

다시 여행 준비

2023. 1. 16. 예전에 본가에 갔을 때 동생과 일본 여행을 가기로 작당모의를 했고 슬슬 계획을 구체화할 때가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거의 일본인 취급을 받고 있는 J를 데리고 가면 좀 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준비 중인 시험이 있는 모양이라 적어도 여름까지는 같이 놀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카루이자와/쿠사츠 지역을 가 보라고 추천받았다. 해외여행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별로 의욕이 나지 않았지만 갈 만한 곳을 대충 찾아 놓았다. 난 나를 못 믿는 것만큼이나 남을 믿지 못한다. 따라서 항상 그랬듯 일정과 호텔, 식당 예약은 내가 하겠지만 이번엔 비행기 예약 정도는 동생에게 맡겨 봤다. 보내온 스크린샷의 가격, 시간과 항공편은 적절해 보였지만 수수료라든지 이것저것 추가되어 인당 약 85만 원 정도..

쓰다 2023.01.25

공연 입구컷

2023. 1. 7. 오랜만에 클럽에반스에서 베이시스트 Robiq님의 공연이 있는 날이다. 이런 공연 소식 때문에 글도 안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지울 수가 없다. 게으른 몸을 겨우 움직여 오도로키우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자가제면을 해 표면이 보들보들하면서 내부는 살짝 탱탱한 면발이 완성도 있었다. 같이 주문한 가라아게도 짭짤한 간과 후추향이 잘 배어 좋았다. 하나를 너무 꽉 잡아 튀김옷에서 커다란 닭살이 쏙 빠지고 말았다. 집에 들렀다 다시 나가기도 애매해 시간도 보내고 배도 꺼트리려고 근처의 코인노래방으로 들어갔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목에 가래가 많이 꼈다. 담배도 싫어해서 안 하는데 이럴 때면 조금 억울한 감이 있다. 노래 후 랩을 좀 하고 나니 목이 쉬어 홍대로 이동해 카페 루치아에 들어갔다. ..

쓰다 2023.01.18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

2023. 1. 2. 물 흐르듯 새해가 찾아왔다. 휴일이었다면 좀 더 상쾌한, 밝은 하늘색에서 하얀색의 기분을 느끼며 한산한 거리를 걸을 수도 있었겠지만 평일이라 언제나와 같이 업무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누군가는 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해,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좀 더 열심히 해 보자는 다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새해 첫날보단 느긋한 연말 분위기가 편안하다. 1년이 거의 끝난 듯 아직 끝나지 않은, 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분위기. 그런 못내 아쉬운 느낌이 더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특별한 기분도 들지 않는다, 옛날같이 겨울방학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새해를 맞는데 거창한 포부나 마음가짐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올해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쓰다 202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