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170

선글라스, 라이트스트립 구입

2022. 11. 30. 새 장난감으로 필립스에서 나온 PC 모니터용 그라디언트 라이트스트립과 휴 싱크박스를 샀다. 때문에 추가 전원이 두 개 더 필요해져 멀티탭 10구도 같이 샀다. 주문한 모든 물건이 오늘 내로 배송될 예정이었다. 새 장난감이 왔으면 설치하고 즐길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므로 휴가를 썼다. 어제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들었지만 늦게 일어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침마다 피곤에 절은 신음소리를 내며 이대로 다시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해 왔는데, 몇 시까지 자면 개운할 수 있을지 매번 궁금했다. 실험 결과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잠이 줄어든 것 같다. 2시에 잤을 경우 의외로 9시 30분에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새 기온이 급격히 떨어..

쓰다 2022.12.07

여행 같은 하루

2022. 11. 27. 평소의 주말처럼 느지막이 일어났다. 원래대로라면 삼성역으로 나가 점심을 먹고 S의 생일맞이 케이크를 하나 사서 G네 집으로 가 『킹스 딜레마』 보드게임의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다. 『사자의 턱』도 1/5 정도밖에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 새 게임을 시작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G의 강력한 희망으로 동시에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사자의 턱』은 좀 피곤하다고 하던데 이게 체력 문제인지 비디오 게임을 안 하는 사람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쌓인 카톡 메시지를 보니 K의 사정으로 취소된 모양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시간이 비게 되어서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던 갤러리 전시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근처에 점찍어놨던 음식점인 우육면관이 있었다. 역에서 거기까지 가는 길은 적당히 흐리고 한산해..

쓰다 2022.12.05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트리

2022. 11. 24. 파트 점심 회식으로 와인과 소고기를 먹었다. 그대로 집으로 향해 조금 쉬다가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나갔다. 보통 접종 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권장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아직 접종 전이었으므로 문제없다. 얀센, 모더나에 이어 이번엔 화이자 BA.4/5를 선택했다. 언젠가 5가지 정수를 모두 몸에 받아들여 슈퍼 파워를 가지면 전 세계를 무릎 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오후 시간을 허투로 쓰긴 아까워서 버스를 타고 여의도의 더 현대 서울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무척 아름답게 해 놓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5층으로 올라가니 과연 중앙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트리가 있고 주위로는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오두막이 몇 개 있었다. 안쪽은..

쓰다 2022.12.01

4번째 부산 여행 마무리

2022. 11. 20. JH가 커튼을 걷자 침대 바로 앞의 바다가 보이는 전면 창으로 눈부신 햇빛이 들어와 눈꺼풀에 스몄다. 이번에도 역시 제일 늦게 일어난 것은 나였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평소 주말에는 딱 8시간만 자고 있다. 새벽 늦게 자서 늦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부산까지 왔으니 아침으로 서면 돼지국밥을 먹기로 했다. 부산 사람이라면 돼지국밥집을 데려가 달라고 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집이 다섯 곳 이상은 되는 돼지국밥 광인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D는 생각보다 아는 곳이 없었다. 소문난 돼지국밥이라는 집이 괜찮다고 해서 안내를 받아 왔는데 폐업한 건지 공실이었다. 그 오른쪽의 가게는 줄이 엄청났다. 돼지국밥집이 저곳만 있는 곳도 아닌데 굳이 저곳에만 줄을 서는 ..

쓰다 2022.11.27

4번째 부산 여행

2022. 11. 19. 부산을 가 본 적이 딱 세 번 있다. 처음은 창원에서 군생활을 하던 시절 처음으로 나온 외박이었다. 고맙게도 가족들이 인천에서 먼 길을 와 줘서 즐거운 이틀을 보냈다. 입대 후 처음으로 느낀 바깥 풍경이라 그런지 모든 가게가 맛집 같아 보였다. 두 번째는 대학생 때 JG와 떠난 자전거 여행이었다. 부산이 종착지였기 때문에 좀 놀다 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바로 다음날 다른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운대에 잠시 있다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올라갔다. 세 번째는 H누나랑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공개 녹음 관람 겸 여행을 왔을 때였다. 출장으로 쌓여 있던 포인트도 털 겸 파크 하얏트에 투숙했는데 돈을 쓰지 않고 즐기는 고급 호텔은 정말 좋았다. 오늘은 네 번째 방문이다. 전에 ..

쓰다 2022.11.26

미용실 공포증

2022. 11. 12. “쉽지 않음”이라는 밈이 있다. 미용사에게 원하는 바를 말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다. 웃기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론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나 말고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혹은 겪었던 일이 아닐까 싶다. 중학생 때부터 미용실 가는 일은 어려웠다. 초등학생 때야 “스포츠 머리” 외의 다른 스타일은 몰랐다. 하지만 유년기를 벗어나 접하는 미디어의 범위가 넓어지고 이 머리가 내 마음에 드는 머리가 아니었음을 자각하면서부터 고통은 시작되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두발규정은 항상 우리를 옭아맸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두발 자유화 얘기가 자주 나왔지만 결국 수능을 마치기 전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머리를 꾸미고 신경 쓸 시간에 공부나 하라는, 혹은 어른들 따라 하지 말고 주제에 맞는 머리..

쓰다 2022.11.15

혼자 호텔놀이

2022. 11. 4. 호캉스란 단어가 나오기 전에 이미 호텔놀이란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나도 장기 출장으로 쌓인 포인트를 털기 위해 친구들과 간 적은 있지만, 내 돈으로 혼자 별 이유 없이 호텔에 투숙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며칠 전부터 고민하다 도미 인 호텔에 빈 방이 생긴 것을 보고 결국 예약을 한 것이다. 집이랑 가까워 심적 부담이 없었고 대욕장이 있다는 것에 끌렸다. 투숙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서 오후 반차를 사용했다. 체크인은 3시였으므로 남는 시간을 이용해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콜라보가 진행 중인 용산 건담베이스 구경을 갔다. 역 천장에는 거대한 건담이 매달려 있었고 여기저기 등신대 판넬이 놓여 있었다. 내일 G에게 줄 생일선물로 에어리얼 건프라와 베이스를 샀다. HG라..

쓰다 2022.11.14

그냥 료칸을 가고 싶은 날

2022. 11. 2. 어찌어찌 주어진 업무를 해 나가고 있지만 기한 내에 제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몇 달간 그런 압박을 갖고 퇴근해서 집안일과 재택근무를 마치고 게임이든 뭐든 하고 나면 어느덧 12시가 지나 있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콘솔 게임을 하고, 자취를 하는 등의 생활을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꿨고 많이 이뤄내긴 했지만 이게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인지는 모르겠다. 『용과 같이 7』을 플레이하다가 오사카 도톤보리를 본떠 만든 장소를 봤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처음으로 오사카 여행을 갔던 때가 생각이 나면서 당장에라도 다시 일본 여행을, 아니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업무 일정을 봤을 때 11월, 어쩌면 올해 안으로는 무리다. 주말에 료칸이라도 가서 푹 쉬면 어떨까. 국내..

쓰다 2022.11.09

타인의 죽음들

2022. 10. 31. 여태까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제대로 인식할 기회가 없었다. 만나 본 친척 중에서 돌아가신 분이라곤 친, 외가 조부모님밖에 없는데 너무 어린 시절이라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문을 간 적은 몇 번 있지만 모두 나와는 일면식이 없는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잘 상상할 수 없다. 이런 마당이니 내가 잘 모르는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처음으로 그것을 인지한 것은 세월호 사건 때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대학생 시절, 강의가 끝나고 음료 자판기를 지나 복도 코너를 돌면서 핸드폰으로 소식을 읽었다. 당연히 오늘 안으로 구조되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후속 보도를 전해듣고 답..

쓰다 2022.11.07

햅쌀

2022. 10. 25. 집에 쌀이 떨어졌다. 몇 달 전까진 식재료를 자주 주문했기 때문에 바로바로 채워 넣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회사에서 대부분의 식사를 해결하고 있어 기어코 쌀이 바닥나는 상황까지 왔다. 사 먹어도 되고 집에 다른 재료도 있어 어떻게든 끼니는 때울 수 있지만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집에 쌀은 항상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약간의 식재료와 같이 3kg짜리 쌀을 주문해 받았다. 새 쌀로 밥을 먹는 김에 근사한 요리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회사 일이 많아서 저녁 메뉴는 초당 짬뽕 순두부 밀키트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해물 건더기라곤 오징어밖에 들어있지 않아 예전에 사놓은 냉동 새우와 바지락을 털어 넣고 취향에 맞춰 고춧가루와 고추기름도 팍팍 넣었다. 며칠 전에 도정한 햅쌀로 지은 밥이라 ..

쓰다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