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동아리 기 모임

juo 2024. 1. 29. 22:54

2024. 1. 20.

대학 새내기 시절 어쩌다 보니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활동 자체가 별로 보람차거나 즐겁진 않았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들은 남았고 아직까지 1년에 한두 번씩은 모이고 있다.

평소엔 대학가에서 모였지만 이제 그 근처에 사는 사람도 없고, 술집 찾기도 귀찮고 들어가면 시끄럽단 이유로 이번엔 부평의 파티룸에서 하게 되었다. 나도 본가로 와 하루 자고 늦은 점심부터 나갈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인천 버스를 타려니 쉽지 않았다. 버스가 두 대 동시에 왔는데,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뒤의 것이라 적극적으로 잡지 않았다. 그러자 앞의 버스는 손님을 내려주느라 정차하고, 뒤의 버스는 급히 손을 드는 나를 보지 못했는지, 정류장을 쿨하게 지나쳐 가 버렸다. 잠시 벙쪄있다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정류장에 사람이 좀 있었음에도 내가 손을 들기도 전에 정류장 가까이 오려고도 안 하고 지나쳐 갔다. 세 번째 버스를 겨우 탈 수 있었다. 예전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몇 년간 서울과 신도시의 평화로운 삶에 절여져 마계인천에서 살아남기 힘든 몸이 되어버렸다.

평소엔 카톡으로 연락도 자주 안 하는 친구들인데도 막상 모이니 예전에 친하게 지냈단 이유만으로 어색함없이 웃고 떠들 수 있다. 이번엔 그간 잘 참석하지 않았던 H(나와는 동네 친구라 자주 봤지만)도 와서 놀았다. 모두들 회사원으로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모양이다. 분위기 메이커인 M과 S가 불참해서 아쉬웠다.

룸 대여 시간이 끝나고 역으로 가는 길. 나도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아 약간 부족함이 느껴지던 참에, 혹시 술고래인 H의 혈중 알콜 농도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 동네 근처에서 2차를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 H는 당연히 승낙했다.

친구들과 작별하고 동네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비틀거리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완벽한 주취자 아저씨의 무브먼트를 보이길래 잠시 고민하다 썩 집에 가라고 쫓아냈다. 나도 배는 불렀고 많이 마셔봐야 좋을 거 없으니 잘한 것 같다.

이모 딸인 S가 요 며칠간 내 방을 차지하고 있어 어제는 거실에서 잤고, 오늘은 동생이 부재라 동생 방에서 바닥에 얇은 이불을 깔고 누웠다. 사실 독립하기 전엔 내 방이었다. 가구 배치는 조금 달라졌지만 방의 모양과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이다.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청소  (0) 2024.02.23
전세 보증금 반환, 전입  (0) 2024.01.31
내 선물 고르기  (0) 2024.01.20
긴 여행이 끝나고  (0)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