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2일차: 독일 입국

juo 2024. 4. 3. 00:28

침대가 좋아 잠을 잘 잤다. 그래도 중국은 왔는데 자금성은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영어가 잘 안 되는지 번역기를 사용한다. 자기들 폰에 설치된 택시 앱을 쓰는데 뭔가 잘 잡히지 않는 것 같다. 기다리다 우리가 알아서 가겠다 하고 나왔다.

거리에 택시가 잘 없다. 좀 걷자 지하철역이 나오길래 이걸 탔다. 알리페이(feat. 네이버페이)로 어지간한 건 결제가 되어 편리했다.

자금성 앞에 대기하는 사람의 줄이 어마어마했다. 비행기 시간도 있고 해서 한 바퀴 다 돌지는 못할 것 같고 멀리서 천안문을 본 것으로 만족했다. 역시 한나절 정도로 관광을 하긴 무리가 있다.

 

밥 먹으러 왕푸징 거리로 갔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맛이 없다고 하는 베이징덕을 직접 먹고 확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은 항상 바뀌는 것.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쇼핑몰 구경 겸 봐 놓은 식당으로 갔다.

지도에는 10시 오픈이라 쓰여 있었지만 40분이나 지나야 오픈한다 해서(역시 영어가 통하지 않아 번역기로 대화했다) 바로 옆의 적당한 체인에 들어갔다. 냄비 요리와 만두였는데 맛은 괜찮았다.

중국은 구글 맵에서 대중교통 조회가 전혀 되지 않는 나라지만 걷다 보니 지하철 역을 발견해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수속도 문제 없이 끝냈다. 다만 어제에 이어 출발 시간이 또 1시간 지연되었다. 이것이 에어차이나...?

마침 출출했으므로 공항 식당에서 간식을 먹었다. 메뉴를 잘 고른 덕인지 옛날 홍콩 공항에서 먹은 밥보다 맛있었다. 추가로 탑승 지연 1시간을 견딘 후에야 독일행 비행기는 지면을 박차고 떠올랐다.

비행 중 창가 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말을 걸어 왔다. 독일인이며 호주 출장에 다녀오는 중이라고 한다. 컴퓨터 보안 쪽에서 일을 한다 했고 비행 내내 이따금씩 스몰톡을 했다. 같은 SW 엔지니어다 보니 기술적인 얘기도 나왔다. 사석에서 일 관련 얘기 하는 건 (아는 게 없어) 별로 안 좋아하지만, 한국인이 어떻게 한자를 알고 있는지(스크린으로 마작 중이었다), 나라별로 손가락으로 숫자 세는 방법이 다른 걸 알고 있느냐든지, 한글도 알파벳으로 이뤄져 있다, 독일은 망해가고 있다 전기세가 가장 비싸다 등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눌 땐 꽤 흥미로웠다.

기내식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치킨만두는 먹을만했고 해산물 누들은 실망이었다. 맛살은 해산물이 아니다! 고거전을 보고, 자고, 비행기 스크린으로 게임을 하고, 대화하고, 맥주 마시고(내가 받은 게 마지막 맥주라고 한다), 그러다 도착했다. 착륙 직전 너무 흔들려서 처음으로 비행기에서 멀미를 할 뻔했다.

독일의 첫인상은 당연한 얘기지만 여러모로 “유럽 답다”였다. 그냥 걷기만 해도 문화재급의 예쁜 건축물이 사방에 보인다. 프랑크푸르트 역에선 크리스마스 장식이 눈에 띄었다. 한국은 각 가게에서 소소하게 자기 매장을 꾸민다면 이 나라는 시 차원에서 진심을 다해 도시를 꾸미는 것 같다.

체크인을 마치고 나오자 21시 30분이 넘었다. 닫거나 주방 마감을 한 음식점을 지나치고 늦게까지 영업하는 Balkan Food를 겨우 찾아 들어갔다. 체밥치치와 바이젠 500ml를 시켰는데, 안주야 전에 먹어본 거라 그렇다 치고 맥주가 정말 맛있어 감동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코로나 드래프트를 추가로 시켰는데 주문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바이젠이 한 잔씩 더 나왔는데도 “맛있으니까 그냥 마시자” 할 정도로.

아직 이틀차지만 여태까지 완벽한 여행을 하고 있다! 남자 둘이 독일에 간다고 하니까 주위 모든 사람들이 “볼 거 없다”, “노잼국가다”라고 했는데, ‘어디어디를 꼭 가야 한다’ 하는 강박 없이 돌아다니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벌써 충분히 재밌는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