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약간 이른 구례 산수유축제

juo 2024. 3. 21. 22:41

J 형이 내게 구례 산수유축제와 광양 매화축제 소식을 들고 왔다. 딱 3월 9일 주말이 비어 출사도 갈 겸 따라갔다. 기름값 반띵하고 사진 편집 정도만 하면 운전은 할 필요 없으니 편하다.

내려가는데 형이 목적지를 잘못 찍어 아래로 더 내려가 도착 시간이 30분 정도 늦어졌다. 13시 반 정도에 마을 초입에 다다라 길게 늘어선 차 맨 뒤로 줄을 섰다. 그 와중 앞으로 가 끼어들려는 얌체는 늘 있다.

안내를 따라 천천히 마을을 빙빙 돌다 로타리 한쪽에 빈 공간이 나 주차 후 한참 걸어 축제장으로 갔다. 그런데 정작 축제장 가까운 주차장에 자리가 좀 있었다.

출출했지만 동네 식당도 멀고 이미 3시 가까운 시각이라 점심을 먹기엔 애매해 떡볶이, 순대, 와플을 나눠 먹는 걸로 끝냈다. 잘 된 것이, 우리가 지나다니다 본 돼지 바비큐 파는 그 노점이 축제 음식 바가지로 뉴스에 나온 것이다.

앉아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는데 저쪽 정자에서 뭔가 촬영을 하는 것 같다. 둘 다 매스미디어와는 담을 쌓고 지내니 누군지는 알 수 없었는데, 돌아다니다 본 “노래의 신 박서진” 현수막과 굿즈를 장착한 아주머니들을 보고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산수유꽃은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은 듯 애매했다. 어딜 찍어도 나무 색이 많이 보여 좀 텅빈 느낌이 들었다. 다음 주면 완전히 필 것 같았다. 활짝 피면 정말 예쁠 것 같은데, 내년에 다시 와 볼까? 한 바퀴 돌고 산수유 막걸리와 식혜를 사 전주로 올라갔다.

숙소는 시화연풍이라는 곳이다. 전당포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고 한다. 방은 비즈니스 호텔 정도로 그리 넓진 않았지만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고 크루도 친절했다.

한옥마을로 가 봤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관광지 그 자체였다. 결국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관광지니까 아주 나쁘진 않다고 보는데 딱히 들를 곳이 없었다. 맛도 별로 없는 10원빵은 왜 이렇게 많은지.

저녁은 한정식집 고궁 담. 버스를 타고 한참 갔다. 약간 늦은 시간이라선지 원래 그런건지 좀 어수선했다. 직원 숙련도도 좀 아쉬웠고. 음식은 대부분 미리 조리된 걸 플레이팅 해서 내놓는 듯했다. 기억에 남는 음식은 없었고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아는 사람에게 추천받은 맛집일지라도 항상 교차검증을 해야겠다.

저녁의 한옥마을에는 문을 연 곳이 남아있지 않았다. 딱히 갈 곳이 없어 근처 야시장으로 가 봤다. 전에 부산 깡통야시장에서 본 것과 유사한 풍경이다. 시장 길을 따라 있는 세계 각국의 음식 조리대와, 고기 요리에만 길게 늘어선 줄. 부산에선 음식을 들고 가서 맥주만 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여긴 뭔가 먹을 만한 곳이 없다. 아무튼 배가 불러 딱히 당기는 음식이 없었다.

숙소에서 제공한 문서에 적힌 노매딕 비어가든을 찾아갔다. 가는 길이 어둡고 조용해 다 닫은 거 아닌가 걱정이 들었는데 홀로 불이 밝혀져 있었다. 치즈 안주와 맥주를 마셨는데 맛이 꽤 괜찮아 6캔을 사 나왔다.

숙소 1층에서 물을 떠 오는 길이었다. 이런 작은 곳이 그렇듯 복도에서 방 안 소리가 매우 잘 들렸고 인터넷 글로만 보던 신음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젊은이의 대담함에 감탄하는 게 맞을지 방음을 고려 않고 욕구를 주체 못 한 어리석음을 비웃는 게 맞을지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혹시 보드게임을 할까 싶어 세트를 들고 오긴 했는데, 늘 그렇듯 형은 빠르게 기절했다. 나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에 피곤해서 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