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5일차

juo 2024. 3. 10. 22:57

마지막 날이다. 아무리 휴양이라도 숙소 근처에서 빈둥대기만 하면 아쉬워서인지 해안 진꺼우 사원을 가는 일정이 있었다. 갔어도 딱히 볼 건 없었다. 섬 전체가 휴양지 그 자체라 문화유적이랄 게 없는 느낌. 난 역시 아직 휴양보단 여행이 취향이다.

낮이라 야시장 쪽 가게는 대부분 닫은 상태였다. 오바마가 갔다는 분짜 음식점에 가서 분짜는 안 먹고 튀김과 반쎄오를 시켜 먹었다. 반쎄오는 내용물이 좀 부실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할 게 없어서 카페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크래프트 비어라고 써 있길래 과연 뭐가 나올까 두근대며 주문했는데 그냥 캔맥주가 나왔다. (평소엔 안 마시는) 커피나 시킬 걸 그랬나. 배가 떠 있는 강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왔다.

호텔 근처 야시장으로 돌아가 마사지를 받았다. 이제 별 감흥이 없다. 하루종일 걸어서 여기저기 여행하다 피곤할 때 받는 마사지가 진짜인데.

저녁을 먹으러 아빠가 그렇게 원하던 한식집에 들렀다. 가격이 한국에서 먹는 것과 동일하다. 해물 순두부를 시켰는데 베트남 고추를 썼는지 후추같이 톡 쏘는 매운맛이 느껴졌다. 대체로 맛 재현율이 매우 높아 재미가 없었다. 자고로 외국에서 한식집을 가게 되면 현지식으로 어레인지 된 이상한 한식이 나와야 재밌는데.

호텔의 수영장을 지나 해변을 보러 갔다. 마침 해가 질 때라 노을이 예뻤다. 그늘진 야자수 나무와 빨강 보라색으로 물든 하늘이 딱 동남아 하면 생각나는 느낌이다.

시간이 되어 공항으로 갔다. 출국 수속 역시 시간이 꽤 걸렸다. 면세점에서 과자 등은 딱히 살 만한 게 없었지만 술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라가불린 16Y, 벨루가 보드카를 샀고 동생에게 생일 선물로 넵머이를 받았다. 그래도 동생한테 너무 비싼 거 사 달라고 하면 좀 그러니까.

시간이 좀 남아 아픈 부모님은 빼고 동생와 맥주집에 가서 타이거 생맥주와 카바사 칩을 시켜 먹었다. 다른 안주를 시키고 싶었는데 시간이 늦어 주방 문은 닫은 상태였다. 공항이라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맛있었다.

밤 비행기는 피곤하다. 한국에 도착하면 새벽이겠지. 명절에 한 번씩 가는 가족 여행인데 다들 몸이 안 좋아서 제대로 못 즐긴 게 아쉽다. 그나마 휴양지여서 다행이다. 여행지였으면 돌아다니지도 못했겠지. 부모님과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