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1일차: 출국, 중국 입국

juo 2024. 4. 2. 16:14

J의 아내가 회사에서 안식휴가 두 달을 받아 남미를 돌고 있는 사이, 나와 J는 약 열흘 정도 독일, 덴마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당일이 되어 남은 식재료를 싹 먹어 냉장고를 비워버리고 올해 마지막 설거지, 청소까지 끝냈다.

저녁 출발이라 시간이 남아 눈오리 집게를 가지고 밖에 나갔다. 눈이 잘 뭉쳐지지 않아 오리가 자꾸 반으로 갈라졌으나 점차 요령이 생겨 아파트 앞 수전함 위에 7마리를 얹어놓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버스를 탈 때 예약이 필요하다는 카톡을 받고 놀랐다. 아래는 대화 전문이다.

J: 공항버스부터 못탈뻔했네
J: 휴..
J: 예약안했다고 승차 제지당함
나: 엥
나: 공항버스 예약해야함?
J: 내가 똑같이
J: 기사한테 물어봤다가
J: 한심하단 표정으로
J: 그거 바뀐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모르세요 젊은양반이
나: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는구나
J: 비행기는 예약했어요?
J: 소리들음
B: 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경기도로 이사 와서 공항버스를 처음 타는 나도 금시초문이다. 집에 와서 “버스타고” 사이트에 들어가 차를 예약했다. 마음이 급해 회원가입 대신 휴대전화 로그인을 선택했는데 이거 유료 부가 서비스였다. 곧바로 해지하느라 쓸데없는 시간을 썼다. 나라에 도둑놈들이 너무 많다.

신용카드 혜택으로 마티나 라운지를 이용했다. 서관으로 들어갔는데 J가 동관이 더 좋아 그쪽에 있다고 해서 취소 후 공항을 다시 가로질러 끝까지 가야 했다. 예전에 항공사 라운지를 이용했을 땐 별 거 없어 실망했는데 이곳은 음식 종류도 많고 맛도 괜찮은 편이라 맥주가 잘 들어갔다.

경유지인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스탑오버로 하루 자러 나가야 해 직원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자 자신 없는 표정으로 트랜스퍼 게이트를 가리킨다. 일단 줄을 서서 들어갔는데 아까 직원의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듯한 태도가 자꾸 눈에 밟혀 다른 직원에게 물어봤고 역시 아니었다. 역시 중국, 만만치 않다. 임시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 수속을 받고 겨우겨우 나갔다. 공항은 깔끔하고 쓸데없이 거대한 데 비해 안내가 부실하고 동선이 비효율적이었으며 일 없이 한가한 직원이 많아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버스 안내 직원에게 말을 걸었는데 이 공항은 전체적으로 영어가 잘 안 통하는 느낌이다. 그냥 택시를 탔는데 역시 영어가 전혀 안 되고 호텔 이름이나 지도를 보여줘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간신히 호텔 건너편 공원을 보여주니 대충 알아들은 듯 출발한다.

위안은 하나도 없고 카드만 있었는데 왠지 안 될 느낌이 들었다. 요새 네이버페이 앱에서 알리페이 연동이 된다는 걸 미리 알아왔고 다행히 도착 전까지 설치를 마친 후 무사히 결제할 수 있었다. 정말 대책 없이 왔구나 싶다.

호텔은 4성급이고 시설이 꽤 좋았다. 9시 도착하길 예상했는데 10시가 다 되어 왕푸징 거리는 못 가고 금빛 찬란한 호텔 내부를 구경했다. 1층에 바가 있어서 들어가 봤고 역시 영어가 안 된다. 시간이 늦어 음식은 주문 안 된다. 술보단 차가 메인 같아 국화차를 시켜서 마셨다. 나는 코감기의 여파가 아직 남아 향을 잘 느끼지 못했지만 J 말론 괜찮았다고 한다.

위기가 좀 있었지만 호텔까지 무사히 왔고 중국 첫 방문에서 이 정도면 많이 잘한 거라고 본다. 내일 출국도 무사히 할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