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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3일차: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juo 2024. 4. 7. 01:09

빨리 프랑크푸르트 관광을 끝내고 뉘른베르크로 갈 생각에 일찍 일어났다. 우선 찍어 놓은 목적지를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오기로 했다. 중국은 지도에서 가깝게 보이던 곳이 실제로는 멀었는데, 독일은 반대로 지도에선 멀어 보이던 게 실제론 가까워 관광하기가 편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기온에 비해 추웠다. 여기 사람들이 왜 우산을 쓰지 않는지 알겠다. 우산을 펴자 바람의 저항을 받아 앞으로 가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용쓰는 우리 둘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바라봤다.

마인 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유로타워를 슥 보고, 아이젤너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 성당도 봤다. 관광이라기보단 낯선 풍경을 보며 하는 느긋한 산책에 가깝다.

뢰머 광장은 광장치곤 작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건물이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저 창 하나하나에 다 사람이 사는 건가? 문을 연 가게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대충 열려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아인슈페너를 먹었는데 일단 스프레이 크림이 얹혀 나왔고 커피를 잘 모르는 나도 맛있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체크아웃 후 뉘른베르크행 기차를 타러 갔다. 이 유럽의 커다란 역 풍경이 너무 좋다. 윈도우즈 98을 쓰던 시절 “여행” 테마를 쓰던 추억이 생각난다. 역에서 키쉬를 하나 사서 나눠 먹고 하나는 내일 아침으로 남겨 놨다. 다행히 중간쯤부터 자리가 나 앉아 갈 수 있었다.

뉘른베르크에 예약해 둔 숙소는 일찍 체크인이 가능해 마음이 편했다. 바로 장인의 거리로 갔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탐나는 장식품이 많았는데 비싸서 사진 않았다.

노점에서 글뤼바인을 팔길래 지나치지 못하고 한 잔 샀다. 데워 나오기도 하지만 뭣보다 도수가 보기보다 높아 몸이 따뜻해진다.

초콜릿을 사고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가 노점 하나하나를 구경했다. 넓은 광장에 상점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하나하나 비슷해 보이면서도 달라 놓치기가 아까웠다.

간식으로 빵에 소시지와 자우어크라스트를 얹은 걸 사 먹었다. 시큼 짭짜름하고 뽀득뽀득해 아주 좋았다. 맥주가 당기는 맛이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기념품과 간식을 사 들고 무대에서 하는 공연도 관람했다. 정말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나라구나.

이곳은 글뤼바인을 살 때 보증금을 포함해 돈을 내고 잔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식이다. 나는 잔을 모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글뤼바인을 한 잔 더 마셨다. 질리지 않는 맛이다.

16시 반이 되자 해가 완전히 졌고 사람이 더 많아져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맛이 궁금한 간식도 충분히 먹었고 어느 정도 다 둘러봤다고 생각되어 Bratwursthäusle bei St. Sebald라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내부는 넓은 편이 아니었고 사람이 꽤 있어 합석을 했다. 메뉴를 한참 보다 옆에 앉은 일본인이 먹는 게 맛있어 보여서 물어봤다. 한국어로 실컷 떠들던 사람이 일본어로 물어보니까 좀 놀란 눈치였다. 돼지 어깨살 구이와 소시지를 시켰다.

오른편에 앉은 독일인 아주머니들도 붙임성이 좋아 우리가 메뉴를 고르는데 이것저것 설명해 주셨고 대화도 좀 했다. 독일인들 대체로 친절한 것 같다. 분위기도 흥겹고 맥주와 음식도 괜찮아 기분이 좋았다. 사람이 많아 시간제한이 있었지만 다 먹기엔 충분했다.

마트에서 병맥과 물을 사 들어왔다. 잘 준비를 마치고 포장해 온 간식과 맥주를 먹었다. 너무 배부르기도 하고 병맥은 가게에서 마시는 것에 비해 맛이 그리 감동적이진 않았다. 앞으론 병맥은 지양하고 건강을 위해 생맥주는 하루 1리터로 제한을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