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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료칸을 가고 싶은 날

2022. 11. 2. 어찌어찌 주어진 업무를 해 나가고 있지만 기한 내에 제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몇 달간 그런 압박을 갖고 퇴근해서 집안일과 재택근무를 마치고 게임이든 뭐든 하고 나면 어느덧 12시가 지나 있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콘솔 게임을 하고, 자취를 하는 등의 생활을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꿨고 많이 이뤄내긴 했지만 이게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인지는 모르겠다. 『용과 같이 7』을 플레이하다가 오사카 도톤보리를 본떠 만든 장소를 봤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처음으로 오사카 여행을 갔던 때가 생각이 나면서 당장에라도 다시 일본 여행을, 아니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업무 일정을 봤을 때 11월, 어쩌면 올해 안으로는 무리다. 주말에 료칸이라도 가서 푹 쉬면 어떨까. 국내..

쓰다 2022.11.09

타인의 죽음들

2022. 10. 31. 여태까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제대로 인식할 기회가 없었다. 만나 본 친척 중에서 돌아가신 분이라곤 친, 외가 조부모님밖에 없는데 너무 어린 시절이라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문을 간 적은 몇 번 있지만 모두 나와는 일면식이 없는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잘 상상할 수 없다. 이런 마당이니 내가 잘 모르는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처음으로 그것을 인지한 것은 세월호 사건 때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대학생 시절, 강의가 끝나고 음료 자판기를 지나 복도 코너를 돌면서 핸드폰으로 소식을 읽었다. 당연히 오늘 안으로 구조되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후속 보도를 전해듣고 답..

쓰다 2022.11.07

햅쌀

2022. 10. 25. 집에 쌀이 떨어졌다. 몇 달 전까진 식재료를 자주 주문했기 때문에 바로바로 채워 넣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회사에서 대부분의 식사를 해결하고 있어 기어코 쌀이 바닥나는 상황까지 왔다. 사 먹어도 되고 집에 다른 재료도 있어 어떻게든 끼니는 때울 수 있지만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집에 쌀은 항상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약간의 식재료와 같이 3kg짜리 쌀을 주문해 받았다. 새 쌀로 밥을 먹는 김에 근사한 요리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회사 일이 많아서 저녁 메뉴는 초당 짬뽕 순두부 밀키트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해물 건더기라곤 오징어밖에 들어있지 않아 예전에 사놓은 냉동 새우와 바지락을 털어 넣고 취향에 맞춰 고춧가루와 고추기름도 팍팍 넣었다. 며칠 전에 도정한 햅쌀로 지은 밥이라 ..

쓰다 2022.10.28

한국민속촌 나들이

2022. 10. 18. 어제 J로부터 갑자기 나더러 휴가를 쓰라고 연락이 왔다. 회사에서 강제로 휴가를 사용하게 시킨 모양이다. 놀러 가는 건 언제나 환영이지만 시차상 오전에 보내야 할 메시지가 있어서 반차만 사용했다. 메시지는 결국 읽씹 당한 관계로 보낸 보람은 없었다. 퇴사 후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Y도 불러 오후 2시에 집합해 한국민속촌으로 출발했다. 요새 용인, 기흥, 오산 지역을 많이 가는 것 같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탓에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은 전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근처의 적당한 곳에 들어가서 돈가스를 먹었는데 고기와 튀김은 특별히 나쁜 곳은 없었으나 소스가 아쉬웠다. 사장님 딸인 듯한 아이가 막 하교를 마친 듯 즐겁게 가방을 메고 들어왔다. 낮에 모든 일과가 끝나는 삶이 부럽다..

쓰다 2022.10.24

맥주 축제, 카카오 서비스 장애

2022. 10. 15. 이번 주말엔 여기저기서 행사가 많이 열리는 모양이다. 월드컵공원에선 새우젓 축제가 열린다는 정보도 있고 친구는 세계 음식 축제에 갔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오산까지 내려와 J 형과 맥주 축제를 방문했다. 점심식사부터 저녁식사까지 이곳에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마셔본 적이 있는 맥주 브루어리도 보였고 처음 들어본 곳도 많았다. 외국인들이 많았고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관광을 하는 무리도 있었다. 술이란 건 맛있는 안주와 함께할 때 더 맛있는 법이기 때문에 우리는 음식 하나와 맥주를 한 잔씩 사서 쉼터 테이블로 돌아와 먹는 과정을 한 회차로 삼았다. 맥주는 한 잔을 사면 플라스틱 컵에 가득 채워 줬다. 2시부터 6시까지 약 6잔의 맥주를 마신 것 같다. 시음도 이것저..

쓰다 2022.10.20

창덕궁 달빛기행

2022. 10. 14. 문화재청 트위터를 팔로우하니 재미있는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이번에는 창덕궁 달빛기행 추첨에 참여해 봤다. 선착순 구매는 직장인으로서 참가하기가 너무 힘든데 추첨으로도 진행하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평생 당첨과 연이 없었던 나는 이번에도 떨어졌지만 다행히 G가 그 행운을 거머쥐어서 같이 입장할 수 있었다. 일은 쌓여 있었으나 금요일이 늘 그렇듯 전부 내팽개치고 일찍 안국역으로 가 저녁을 먹었다. J가 줄까지 서면서 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던 칼국수집 앞에는 역시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 충고를 받아들여 근처의 적당한 가게로 들어갔다. 온면과 꼬치를 먹었고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식사보단 술을 먹으러 와야 할 것 같은 가격이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차례로 입장이 시작되..

쓰다 2022.10.19

올해 마지막 공휴일을 초라하게 마무리

2022. 10. 10. 3일 연휴의 마지막, 한글날 대체휴무일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주말인 관계로 공휴일의 자격이 없다. 어젯밤 잠이 도무지 안 와서 Sleep Cycle 앱의 Sleep Aid까지 다 듣고 새벽 늦게 잠든 것치곤 일찍 눈이 떠졌다. 하지만 하루를 좀 더 잠으로 때우고 싶어서 12시가 되어 일어났다. 연휴 동안 식사는 주로 나가서 먹거나 치킨을 시켜 두 번에 나눠서 먹거나 했었다. 하지만 슬슬 어머니가 보내 주신 파김치를 먹어치우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밥솥에 쌀을 안쳤다. 충분히 쉰 2021년 산 배추김치는 두부와 먹기 위해 볶았는데, 늘 그렇듯 간을 안 봤더니 너무 달아졌다. 다음에도 간은 안 볼 것 같고 물엿을 줄여야지 하는 반성과 함께 적당히 끼니를 때웠다. 지난 3일 동안을 ..

쓰다 2022.10.18

비내리는 보드게임의 밤

2022. 10. 17.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다. 마지막 튜토리얼이자 첫 보스전인 시나리오 5를 진행했다. 전번처럼 임무에 실패해 재시도를 하지 않도록 긴장하며 플레이했지만 의외로 싱겁게 클리어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건이가 가져온 『스페이스 크루』를 9시까지 즐겼다. 내일은 월요일이지만 개천절 휴일이라 부담이 없었다.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보드게임 세션에는 다과가 빠질 수 없다. 오늘도 모임 전에 세계 과자점과 아트박스를 들렀다. 혼자 살다 보면 양이 부담스러워 과자는 별로 먹지 않게 되지만 이렇게 정기적으로 모일 기회가 있으면 맛이 궁금했던 과자를 다양하게 집어와 먹어볼 기회가 생긴다. 늦은 시간 친구들이 떠난 후 뒷정리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도 비는 계속 내렸다...

쓰다 2022.10.17

튀김과 소바 전문 - 용인 하루

한 달에 한 번쯤 있는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는 날이 왔다. 예전에 봐 둔 하루라는 집으로 와 봤다. 네이버 예약 시스템상으로는 예약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혼동이 있었지만 오마카세는 주말에는 제공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금요일에 전혀 진행되지 않은 업무를 뒤로하고 좀 일찍 퇴근해 전철을 타고 용인까지 먼 길을 떠났다. 주류 메뉴 일부. 뒤에 다른 메뉴도 있다. 같이 온 형이 하필 목이 삐는 바람에 나 혼자 도쿠리 & 잔술로 이것저것 마셔 봤다. 개인적으로는 코탐바가 발효향이 잘 느껴져 괜찮았다. 도쿠리에 나온 미즈바쇼 준마이 다이긴죠. 잔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데 후지산 모양의 예쁜 잔이 색깔별로 있어 홀리듯이 골랐다. 오마카세 시작. 토핑으로 연어알, 성게알, 금태인가가 얹혀 있었다. 여태 먹어본 차..

먹다 2022.10.09

공놀이

2022. 10. 9. 꽤 오래전부터 공을 싫어했다. 평평한 바닥에서도 좀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위협적으로 날아오는 일이 부지기수니 도무지 좋아할 구석이 없다. 하지만 학창시절 체육 선생님들은 ‘공만 던져 주면 애들끼리 알아서 잘 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나는 그때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초등학생 때 짝퉁 피버노바 축구공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와 한두 번 공차기를 했던 것도 같은데, 남과 경쟁하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는 성격 탓인지 결국 축구에 흥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쉬는 시간마다 한 반의 1/3 정도는 우르르 운동장으로 몰려나가 다른 반과 합류해 흙먼지를 날리며 축구공을 핀볼마냥 하늘 높이 뻥뻥 차올리던 때도 축구는 재미 없는 구경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군대에서는 억..

쓰다 202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