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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카니발: 로맨스물, 건조해서 더 좋았던

juo 2023. 10. 6. 09:04

마사토끼, 잎가비 작가의 『윈터 카니발』이 완결까지 레진에서 풀렸다. 끝까지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정독했다. 만화는 연재본을 매주 한 화 한 화 읽기가 너무 감질나서 몰아서 보는 게 흐름이 좋을 때가 있다.

1화를 다시 보니 연재 초기라 그런지 작품 전체의 분위기랑은 약간 어울리지 않은 개그스러운 그림체가 섞여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후로는 깔끔하고 담백한 그림체로 아련한 느낌, 서늘한 느낌을 잘 살렸다.

내용은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등으로 나와 있다. 마사토끼 작가답게 그런 요소도 물론 있지만 작품을 다 보고 나선 이건 본질적으로 로맨스 만화라고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로맨틱이라는 감성은 내겐 이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어느 미디어든 사랑 이야기가 안 끼는 곳이 없고 난 그런 부분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며 다른 요소(플롯, 그림, 멜로디 등)만 진심으로 즐겨 왔다. 다른 음악에 비해 힙합을 좋아했었던 것도 비교적 사랑 이야기가 적었기 때문일까.

당연히 순수 로맨스물은 전혀 보지 않았으며 G가 추천해서 최근 본 영화 『헤어질 결심』도 잘 만든 영화란 건 알겠지만 재밌지도 와닿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좋았다. 로맨스라고 할 만한 장면은 거의 없지만 주인공의 독백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영 선배를 향한 사랑을 그 어떤 로맨스물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커피우유신화』, 『빵점동맹』 등에서도 나온, 과장된 감정 없는 그 건조한 관계가 마사토끼 식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다.

웹툰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아 이런 좋은 작품을 (종이책은 나올 리가 없고) e-book으로라도 소장하고 싶은데, 나오지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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