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초등학교 동창 결혼식

juo 2024. 3. 4. 23:22

2024. 3. 2.

초등학교 동창인 N의 결혼식 날이다. 월요일에 회사 쉬는 것까지 해서 4일 연휴의 중간에, 그것도 애매한 3시에 식을 잡다니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당일은 정신없을 테니 나중에 생각나면 하기로 했다.

식장은 본가에서 가까운 뉴코아라 편했다. 사실 여기 식장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부터 홈플러스에 가는 차량인지 뉴코아에 가는 차량인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운전자들은 고달프구나 생각하며 느긋하게 걸어 들어갔다. 식장까지 가는 길은 곳곳에 표지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미로 같아 게임 길 찾는 감각으로 이동했다.

축의금을 내고 바로 옆에서 걸어오는 J를 발견했다. 이 친구가 N에게 신랑을 소개해 준 사람이다. 대학 동창이라던데, 하도 얘기를 들어 나도 얼굴도 모르는 이 신랑에게 친밀감이 들 정도다. J는 양쪽에 모두 축의금을 내야 했다고.

신부 대기실에 앉아 있는 N과 사진을 찍고 J의 친구와 식장으로 들어갔다. 이 친구도 J와 동창인데 LG전자 창원 근무 중이며 부서이동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일화를 들어 보니 창원전자 특유의 꼰대 분위기는 정말 장난이 아닌 듯.

식 진행은 평범했지만 N의 경우엔 초등학생 때 이후 오랫동안 안 보다 다시 만나고도 티격태격거리는 물과 기름 같은 사이다 보니 뭔가 소소하게 웃겼다. 이 녀석이 결혼을 한다니. 춤추는 것은 보고 있기가 좀 괴로웠다. 부케를 남자 쪽이 받는 것도 처음 봤는데 신부 지인이 받을 때와 다르게 부케를 놓치자 엄청난 야유가 쏟아지는 것도 재미있었다.

시간이 3시라 밥을 먹긴 애매해 많이 먹진 않았지만 음식은 괜찮았다. N과 신랑이 인사를 왔는데 N 이 녀석이 가족들과 인사를 시켜준다. 초등학생 때 많이 놀러 갔다 보니 인사를 안 드릴 수도 없었다. 얼굴은 몰라도 기억은 하고 계시더라. 당시 장난으로 사윗감 왔냐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결혼식 하면 꼭 불러달라고 하셨지만 글쎄 내가 결혼할 일은 없지 싶다.

N 이 녀석도 성격이 참 특이한데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오랜 친구 입장에서 신기하다. 친구들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신기하긴 하지만. 나중에 집들이를 가면 양쪽에게 결혼 생활의 소감을 물어볼 것이다. 내 자취방 집들이 때 당한 깽판을 그대로 돌려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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