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2일차

juo 2024. 3. 6. 23:17

엄마와 동생은 일찍 일어나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고 아빠는 조식을 드시고 몸이 안 좋아 쉬러 들어가셨다. 나는 혼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에 들어가 보려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면에 벌레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 조용히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 물에 들어가는 것도 몸서리쳐지는 데 수영을 하면서 코나 입으로 들어올 것 같았다.

공용 풀장은 상태가 좀 괜찮은 것 같아 좀 놀다 선베드에 누웠다. 안경이 불편하다. 이럴 때마다 도수 넣은 물안경을 맞추면 좋겠다 싶지만,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생각을 접는다.

엄마, 동생이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대충 앞에 보이는 Morris Bistro로 갔는데 평범했다. 반쎄오에 내용물은 많이 들어있었지만 계란옷이 조금 눅눅했다. 분짜 국물이 뜨거워서 의아했다. 갓 조리한 걸 식히지 않고 바로 가지고 나온 건가?

아빠는 다시 주무시고 우린 버기를 타고 호텔 쪽 수영장으로 갔다. 조금 더 가면 바다도 있었지만 물이 모래로 뿌예서 발만 좀 담그다가 수영장 쪽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개구리헤엄을 잘하시는데 나와 동생은 수영을 배운 적이 없다. 물에 조금이나마 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선베드에 누워 칵테일을 마시다 숙소로 돌아와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순우리말 상호 “라온”, 한국 간판에 내부 침구에도 한글이 있다. 사실 난 아직 한국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안마 시작 전 발을 씻는 물에 레몬그라스, 생강, 라임이 들어 있다. 고기 잡내 빼는 과정인가. 마사지는 좋았다. 역시 동남아에 오면 마사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늘 생각하는데 밤에 자다가 어깨가 아파 올 때 바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녁을 먹으러 예약해 둔 Sailing Club으로 갔다. 이곳은 맥주가 시원해 마음에 들었으나 음식과 음료가 매우 늦게 나왔다. 주문해 놓고 앞의 해변에서 사진 좀 찍다 와도 아직 안 나왔을 정도. 맛은 괜찮았다.

사실 이곳은 음식보단 불 쇼를 보러 오는 곳이다. 이 날은 20시부터 쇼가 시작되었고 특히 여자분의 텐션이 장난 아니었다. 끝나고 테이블을 돌면서 머리 위로 불을 빙빙 돌리는 미니 공연을 해 주고 팁을 받는다. 사람들이 가슴에 팁을 끼워주던데 내가 하면 뭔가 배덕감이 들어 동생더러 주라고 했다. 다행히(?) 평범하게 받아 가시더라.

쇼가 끝나고 계산대에 긴 줄이 늘어섰다. 숙소까지 가는 택시도 한참 있다 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