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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을 떠나며

새 집의 입주 청소가 끝나 상태를 보러 와 봤다. 대체로 깔끔하지만 오래된 기물 사이사이에 찌든 때가 끼어 있는 곳이나 놓치고 지나간 부분이 있었다. 보통 이런 부분에 클레임을 걸어 다시 청소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하는 편이 빠르고 덜 피곤할 것 같아 가져온 알코올 티슈로 구석구석 한 번 더 청소했다. 텅 빈 거실에 대자로 누웠다. 이제 정말로 2년간 살았던 강남을 떠나는구나. 편리하지만 막상 살기엔 썩 좋지 않은 동네였다. 그동안 느꼈던 점을 하나하나 떠올려 봤다. 출퇴근: 강남에 집을 구한 첫 번째 이유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door to door로 걸어서 단 10분 거리다. 평소 밤잠을 잘 못 자는데 그나마 늦잠이 가능한 환경이라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음식점: 체인점 위주다. 가끔..

쓰다 2023.10.10

윈터 카니발: 로맨스물, 건조해서 더 좋았던

마사토끼, 잎가비 작가의 『윈터 카니발』이 완결까지 레진에서 풀렸다. 끝까지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정독했다. 만화는 연재본을 매주 한 화 한 화 읽기가 너무 감질나서 몰아서 보는 게 흐름이 좋을 때가 있다. 1화를 다시 보니 연재 초기라 그런지 작품 전체의 분위기랑은 약간 어울리지 않은 개그스러운 그림체가 섞여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후로는 깔끔하고 담백한 그림체로 아련한 느낌, 서늘한 느낌을 잘 살렸다. 내용은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등으로 나와 있다. 마사토끼 작가답게 그런 요소도 물론 있지만 작품을 다 보고 나선 이건 본질적으로 로맨스 만화라고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로맨틱이라는 감성은 내겐 이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어느 미디어든 사랑 이야기가 안 끼는 곳이 없고 난 그런 부분은 그런..

보다 2023.10.06

인터넷우체국 내용증명 출력 오류

문제 예전에 보낸 내용증명을 참고할 일이 있어서 인터넷우체국 사이트에 들어갔다. "나의 내용증명" 메뉴에서 "출력가능" 버튼을 눌렀지만 beep음과 함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재차 눌렀지만 이제 beep음도 나지 않았다. 출력 프로그램은 이미 설치한 상태다. 왼쪽의 접수번호를 누르자 일괄출력이 가능한 메뉴가 있다. 하지만 일괄출력에서는 아래와 같은 오류가 발생한다. 해결방법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생략하고, Visual Studio 2015용 Visual C++ 재배포 가능 패키지를 설치하면 된다. x86과 x64를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내 경우 x86을 설치하자 해결되었다. 이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지만 메뉴가 다 깨진다. 역시 악성 프로그램은 하나만 하지 않는다. 두 번째 버튼이 인쇄로 보..

쓰다 2023.09.19

여행 지도

2023. 9. 3. LA 여행 계획을 짜러 본가에 왔다. 부모님은 아마 우리가 가면 다 좋다고 하실 테고 동생 의견이 있나 싶어서. 아버지도 동생도 오래 쉬는 것이 힘들어 입국일, 출국일을 제외하면 온전히 쓸 수 있는 날이 4일밖에 없다. 따라서 2박 3일 투어를 가면 자유여행을 하루밖에 못 할 것이고 디즈니랜드를 코스에서 빼야 한다. 그러다 1박 3일짜리(12시 넘어 끝나는 투어, 그냥 밤늦게 끝나는 1박 2일 투어라고 보면 된다) 투어를 발견했다. 많이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이걸 고르고 디즈니랜드도 일정에 넣었다. 왜 가족과 하는 여행은 늘 이렇게 빡빡할까. 나는 한 곳에 여러 번 갈 수도 있지만 부모님은 그 여행지에 가는 것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으니 최대한 알차게 여기저기 데려다 드리고 싶은 ..

쓰다 2023.09.11

첫 집

2023. 8. 31. 부동산 잔금일이라 휴가를 쓰고 어머니를 만나 부동산으로 갔다. 상세 가족관계증명서를 뽑아야 했는데 일반을 가져가서 현장에서 다시 뽑거나, 일일 이체 한도 때문에 은행에 가려다 농협에 전화해서 어찌어찌 해결한 것 등의 사소한 일을 제외하면 잘 끝났다. 직접 동사무소나 은행에 가야만 했던 옛날에 비하면 정말 편리해졌다. 계약은 잘 끝났다. 절반은 은행과 부모님께 대출받은 돈이지만 했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기 전 드디어 내 집이 생겼다. 빈손으로 상경해서 나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가정과 집(값이 싼 인천이긴 하지만)을 마련하신 아버지는 정말 대단하다. 나도 대졸 후 바로 직장을 구해 약 8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모님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 합법적으로 돈을 많이 벌..

쓰다 2023.09.10

Cologne Annex: 괜찮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철판구이 런치

2023년 여름 삿포로 여행 마지막 날 점심 식사로 간 곳이다. 스스키노 역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도큐레이 호텔의 상가에 있다. 일요일 런치라 자리가 있을지 불안했지만 11:45에 오픈하자마자 가서 그런지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건 세금 포함 3300엔짜리 런치 코스다. 철판구이 코스 치고는 매우 착한 가격이다. 디너 메뉴로는 해산물이나 디저트 등이 나오는 풀 코스를 즐길 수 있지만 가격이 사악해진다. 기타 런치 메뉴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코스에 소프트드링크가 하나 포함되어 있다. 오렌지 주스로 골랐다.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했으므로 참았다. 렌터카 여행의 단점이다. 분주하게 준비를 하시는 모습. 마늘 기름을 만들거나, 치즈를 얇게 펴 바삭하게 굽거나 한다. 어디에 들..

먹다 2023.08.30

으뜸 이로리바타: 부산 남천동의 화로구이 오마카세

어떻게 이 가게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트위터 같은 곳에서 보고 지도에 표시해 놨던 것 같다. 이로리바타는 화로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번에 혼자 부산에 다녀왔을 때 먹어 봤다. 가게 입구와 내부 사진이다. 종류별로 준비된 식칼이 멋져 보인다. 메뉴는 시기마다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술은 야마호우시 바쿠라이를 주문했다. 이제 오마카세가 나오는 시간 동안 약 19도의 720ml짜리 술을 혼자 마시긴 좀 힘들 나이가 되었지만 가장 드라이한 사케라는 설명이 궁금해서 참지 못했다. 드라이하단 말은 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기름진 감칠맛이 매우 강했고 상큼한 향이 미미하게 느껴졌다. 사장님의 설명대로 얼음에서 꺼내 온도를 좀 높인 후 마시자 맛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다. 전채로는 문..

먹다 2023.08.30

훌쩍 부산으로

2023. 8. 13. 14일에 휴가를 쓰면 15일 광복절까지 3일 쉴 수 있다. 3일 동안 가만히 있는 건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새벽에 충동적으로 부산 여행 계획을 잡았다. 숙소는 위치가 좋고 가장 싼 곳으로. 그 외 갈 곳으로는 눈여겨봤던 오마카세 집과 찜질방, 바닷가 한 곳, 연수가 추천해 준 암장 정도만 정해 놨다. 15일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KTX는 거의 자리가 없어 겨우 점심에 출발하는 입석 하나를 잡았다. 한국에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니 뭐니 해도 원할 때 먼 지방까지 오가는 일은 쉽지 않은 듯하다. 기차 안에선 딱히 할 게 없었다. 죠죠 5부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를 보고, 아이패드로 클라이밍 티셔츠 디자인 초안을 완성했고, 자판기에서 초코픽을 하나 사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가다 2023.08.26

여름 홋카이도 여행 3일차: 스스키노 나츠마츠리, 마지막 밤

2023. 8. 5. 삿포로로 돌아와 숙소에 짐을 풀고 Y가 찾은 STEAK&HAMBURG ひげ 본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와 J는 와규 스테이크가, Y는 좀 싼 아메리칸 스테이크가 같이 나오는 메뉴를 골랐다. 햄버그의 육즙이 엄청났고 새콤한 나폴리탄이 느끼함에 약간의 변주를 줬다. 고기를 서로 나눠 먹어봤는데 와규는 정말 부드러웠고 Y의 것은 좀 많이 질겼다. 나츠마츠리 거리는 신주쿠의 거리만큼 붐비는 듯했다. 양쪽에 깔린 매대에서는 꼬치 등이 구워지고 있었고 플라스틱 테이블에선 연신 술잔이 부딪혔다. SNS에서 얼핏 본 대로 유흥업소에서도 많이 나왔는지 바니걸 차림의 여자들도 종종 보였고 업소 광고용 부채를 등에 꽂고 다니는 사람, 안주에 비해서 꽤 비싼 라인업의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의 ..

가다 202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