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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2일차

엄마와 동생은 일찍 일어나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고 아빠는 조식을 드시고 몸이 안 좋아 쉬러 들어가셨다. 나는 혼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에 들어가 보려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면에 벌레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 조용히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 물에 들어가는 것도 몸서리쳐지는 데 수영을 하면서 코나 입으로 들어올 것 같았다. 공용 풀장은 상태가 좀 괜찮은 것 같아 좀 놀다 선베드에 누웠다. 안경이 불편하다. 이럴 때마다 도수 넣은 물안경을 맞추면 좋겠다 싶지만,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생각을 접는다. 엄마, 동생이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대충 앞에 보이는 Morris Bistro로 갔는데 평범했다. 반쎄오에 내용물은 많이 들어있었지만 계란옷이 조금 눅눅했다. 분..

가다 2024.03.06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1일차

이번 설날에 가족 여행으로 푸꾸옥을 떠났다. "휴양지를 가자!"라는 것만 전해듣고 모든 계획을 동생에게 맡겼다. 여행지에 비해 세세한 계획까진 필요없으니까. 평소엔 남에게 맡기기 불안해 내가 항상 계획을 짰는데, 신경을 안 쓰니 이렇게 편하다니. 공항에서 점심으로 쉑쉑버거를 먹었다. 시카고에서 먹었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먹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비싼 데다 번이 맛이 없다. 오히려 쉑쉑 짭같이 생긴 프랭크버거 번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한국에선 SPC 계열이라 기피했는데 이젠 정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기내식을 비빔밥과 중국식 대구요리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비빔밥은 물론 맛있지만 매번 먹어서 이번엔 대구 요리를 골라 봤다. 약간 코다리 느낌이 난다. 대한항공 맥주가 있었..

가다 2024.03.05

초등학교 동창 결혼식

2024. 3. 2. 초등학교 동창인 N의 결혼식 날이다. 월요일에 회사 쉬는 것까지 해서 4일 연휴의 중간에, 그것도 애매한 3시에 식을 잡다니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당일은 정신없을 테니 나중에 생각나면 하기로 했다. 식장은 본가에서 가까운 뉴코아라 편했다. 사실 여기 식장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부터 홈플러스에 가는 차량인지 뉴코아에 가는 차량인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운전자들은 고달프구나 생각하며 느긋하게 걸어 들어갔다. 식장까지 가는 길은 곳곳에 표지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미로 같아 게임 길 찾는 감각으로 이동했다. 축의금을 내고 바로 옆에서 걸어오는 J를 발견했다. 이 친구가 N에게 신랑을 소개해 준 사람이다. 대학 동창이라던데, 하도 얘기를 들어 나도 얼굴도 모..

쓰다 2024.03.04

아기는 귀엽지만 굳이

2024. 3. 1. 게임을 하다 늦게 자서 정오 넘어 일어났다. 라면으로 간단히 때우고 준비를 해서 예술의전당으로 갔다. 회사 내 포럼에 누군가 미셸 들라크루아 전시 티켓을 나눔했는데, 나는 시간이 안 되어 받진 않았지만 전시는 좋아 보여 마침 인천으로 이동하는 중에 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인기가 너무 많아 매진이었다.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가기로 했다. 예매를 위해 예술의전당 회원가입을 하려는데 아이디 8자 이상에 비밀번호 길이, 사용 가능 특수문자 제한까지 보안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안 좋은 제약은 다 걸어놓았다. 내가 이래서 여태 가입을 안 했구나. 인터파크 예약이 되어서 가입할 필요는 없었다. 저 제약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평생 가입할 일은 없을 것이다. G와 합류해 J네로..

쓰다 2024.03.04

집 사는 것도 힘들었는데 소명서까지

2024. 2. 18. 부동산 거래 신고 소명서 작성 기일이 다가왔다. 주말 내에 끝내야 할 것 같았다. 할 일이 많았지만 다 제쳐두고 점심을 빠르게 컵라면으로 때운 다음 일에 착수했다. 저번에 개요를 쭉 훑어보면서 생각했지만 너무 필요한 자료가 많다. 은행과 각종 민원 사이트에 몇 번이고 접속해야 했는데, 한국 은행 사이트들의 수준은 대학생 때와 비교해서 나아진 게 없어 보였다. 수많은 악성 프로그램을 내 손으로 설치하기 싫어 Windows Sandbox의 신세를 몇 번이나 졌는지. 어떤 사이트는 Edge로 접속하자 안 되는 곳이 있어 혹시 몰라 Chrome을 설치하니 된다. 10년 전에 내가 아마추어 웹 개발을 할 때도 IE, FF, Chrome, Opera에서 모두 테스트해 돌아가게 만들었는데, 같..

쓰다 2024.03.03

강남역 스시도온

생일을 맞아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어 오랜만에 스시오마카세를 들렀다. 마침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강남역 근처 스시도온에 예약을 잡았다. 여태 들러본 스시야는 보통 다찌 좌석밖에 없었는데, 여긴 테이블 석도 꽤 있었다. 얼마전 비밀의 숲을 보기 시작해서 그런가 높으신 분들이 많이 들르지 않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내부는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다. 계란찜. 토마토소스가 얹어져 있어 새콤달콤하게 양식 느낌이 난다. 내부엔 은행과 전복이 들어 있다. 초카이산 준마이다이긴죠, 15도. 탄산이 약간 있어 청량하며 프루티 하다. 대합이 들어간 스이모노. 이것과 뒤에 나올 꽃게장국은 리필이 가능하다. 줄가자미. 고소하고 적당히 두꺼워 탄력 있게 씹힌다. 다시마 숙성한 능성어. 감칠맛이 끝내줬다. 약하게 간이 되어..

먹다 2024.02.24

즐거운 청소

2024. 1. 28. 어제저녁부터 시작한 신년회 겸 집들이가 끝났다. 밥 먹고 술 마시고 각종 보드게임을 한 후 유튜브를 보면서 기절했다. 9시에 일어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길래 나도 시간 맞춰 일어나 모두를 깨웠다. 내가 집주인만 아니었으면 언제나처럼 제일 늦게 일어났을 거다. J는 출근을 해야 해서 먼저 나갔다. J의 생활을 통해 본 L사는 정말 블랙기업 그 자체다. 싱글일 때도 퇴사를 못 했는데 이젠 유부남인 데다 맞벌이도 아니니 평생 저기서 썩을 운명 같다. 일요일 이른 시간이라 배달 가능한 곳은 없었고, 집에 있던 식빵과 카이막, 꿀을 내 왔다. 터키산 카이막이라 그런지 한국산보다 좀 더 쫀쫀하고 우유 향이 많이 나 좋았다. S는 한국인이라 아침부터 빵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쓰다 2024.02.23

통삼겹살 구이

새 집으로 이사 오고 나선 평일 아침, 점심은 회사에서 먹고 저녁은 약속이 없으면 집에서 먹고 있다. 이번엔 뭘 할까 하다 전에 커뮤니티에서 본 레시피를 시도해 봤다. “통삼겹살”이라는 적당한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친구들은 다들 “통삼겹 스테이크”라고 하던데 유명한 요리인가 보다. 간단히 주요 부분만 써 보자면, 삼겹살에 간을 해 120도의 오븐에 2.5시간 굽고, 기름에 비계 부분을 튀기는 것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많은 시간이 든다. 재택근무를 한 김에 시도해 봤다. 가니쉬로는 양송이, 파채, 시금치 볶음, 먹다 남은 파프리카, 구운 파인애플을 곁들였다. 먹다 남은 식재료 중 어울릴만한 것을 전부 가져온 것이다. 완성되어 접시에 담아 놓자 비주얼이 너무 훌륭했다. 이런 요리에 술을 곁들이지 않을 ..

먹다 2024.02.18

전세 보증금 반환, 전입

2023. 11. 20. 2년 전 자취를 시작하려 강남 오피스텔에 전세방을 마련했을 무렵은 마침 전세 사기로 시끄러운 시기였다. 때문에 임대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가 되었다. 당시는 2년짜리가 없었기 때문에 1년짜리로 가입했다. 임대인은 지방에 살면서 부동산에 오피스텔 운영에 관련한 사항을 대부분 맡겨놓은 상태라 딱히 연락할 일은 없었다. 신축이라 방에 문제도 별로 없었고. 그런데 1년이 좀 지나고 보증기간 만료가 되었다는 통지서가 왔다. 연장을 하지 않은 건가? 임대인에게 문자, 카카오톡, 전화로 연락해 봤으나 전화기가 꺼져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싸한 느낌이 들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설마 내게도 일어나는 것일까. 부동산에 물어보니 원래 연락이 잘 안 되는 바쁜 사람이라고 한다. 며칠 후 임대인은..

쓰다 2024.01.31

동아리 기 모임

2024. 1. 20. 대학 새내기 시절 어쩌다 보니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활동 자체가 별로 보람차거나 즐겁진 않았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들은 남았고 아직까지 1년에 한두 번씩은 모이고 있다. 평소엔 대학가에서 모였지만 이제 그 근처에 사는 사람도 없고, 술집 찾기도 귀찮고 들어가면 시끄럽단 이유로 이번엔 부평의 파티룸에서 하게 되었다. 나도 본가로 와 하루 자고 늦은 점심부터 나갈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인천 버스를 타려니 쉽지 않았다. 버스가 두 대 동시에 왔는데,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뒤의 것이라 적극적으로 잡지 않았다. 그러자 앞의 버스는 손님을 내려주느라 정차하고, 뒤의 버스는 급히 손을 드는 나를 보지 못했는지, 정류장을 쿨하게 지나쳐 가 버렸다. 잠시 벙쪄있다 다음 버스..

쓰다 2024.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