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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1일차: 출국, 중국 입국

J의 아내가 회사에서 안식휴가 두 달을 받아 남미를 돌고 있는 사이, 나와 J는 약 열흘 정도 독일, 덴마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당일이 되어 남은 식재료를 싹 먹어 냉장고를 비워버리고 올해 마지막 설거지, 청소까지 끝냈다. 저녁 출발이라 시간이 남아 눈오리 집게를 가지고 밖에 나갔다. 눈이 잘 뭉쳐지지 않아 오리가 자꾸 반으로 갈라졌으나 점차 요령이 생겨 아파트 앞 수전함 위에 7마리를 얹어놓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버스를 탈 때 예약이 필요하다는 카톡을 받고 놀랐다. 아래는 대화 전문이다. J: 공항버스부터 못탈뻔했네 J: 휴.. J: 예약안했다고 승차 제지당함 나: 엥 나: 공항버스 예약해야함? J: 내가 똑같이 J: 기사한테 물어봤다가 J: 한심하단 표정으로 J: 그거 바뀐지가 언제인데 ..

가다 2024.04.02

키이로: 이것이 진정한 가성비 튀김오마카세

신사동의 키이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내 위시리스트에 올라있던 곳이다. 매달 27일 정도에 캐치테이블에서 그다음 달 예약을 한꺼번에 받는 방식과 2인 이상 예약 가능하다는 제약 때문에 강남에 사는 동안 가 보진 못했다. 최근 문득 생각나 예약을 시도했는데 운 좋게 성공해서 시간 많은 친구 하나를 데리고 가 봤다. 간판을 못 찾아 조금 헤맸지만 일찍 도착했다. 내부는 이렇게 다찌 좌석으로 되어 있다. 친구는 술을 안 마셔서 작은 용량으로 파는 하네야 준마이를 주문했다. 약하고 부드럽지만 뒤로 오래 남는 단맛이 있으며, 한국 전통주스러운 기름진 감칠맛이 느껴졌다. 산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간만에 맛본 꼭 내 취향의 사케였다. 포토 타임. 오늘 조리되어 나올 재료들이다. 소스는 쯔유와 소금이 제공되며 코스..

먹다 2024.03.30

미셸 글라크루아 탄생 90주년 기념전

저번달 회사 내에서 누군가 미셸 들라크루아 기념전 티켓을 나눔한 적이 있다. 시간이 안 돼서 받진 않았지만, 메일에 첨부된 링크를 보니 그림이 예뻐 가 보고 싶어졌다. 두 주 전 인천에 갈 일이 있어 살짝 들렀다 갈 생각이었는데, 입장 줄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고 표는 매진이라 놀랐었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예술에 관심이 많을 만큼 여유가 넘쳤다고? 그래서 이번엔 예매를 확실히 했다. 전날 새벽까지 마신 결과 쌓인 숙취와 설거지거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다만 너무 서둘렀는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시간이 붕 떠 버렸다. 주위에 레트로 카페라는 곳을 가 봤지만 자리가 꽉 차 국전 게임 매장이나 둘러봤다. 돈은 없었지만 가지고 싶은 건 많았던 학생 때와는 다르게 이제 살 만한 것도 흥미가 가는 것도 없다...

보다 2024.03.22

약간 이른 구례 산수유축제

J 형이 내게 구례 산수유축제와 광양 매화축제 소식을 들고 왔다. 딱 3월 9일 주말이 비어 출사도 갈 겸 따라갔다. 기름값 반띵하고 사진 편집 정도만 하면 운전은 할 필요 없으니 편하다. 내려가는데 형이 목적지를 잘못 찍어 아래로 더 내려가 도착 시간이 30분 정도 늦어졌다. 13시 반 정도에 마을 초입에 다다라 길게 늘어선 차 맨 뒤로 줄을 섰다. 그 와중 앞으로 가 끼어들려는 얌체는 늘 있다. 안내를 따라 천천히 마을을 빙빙 돌다 로타리 한쪽에 빈 공간이 나 주차 후 한참 걸어 축제장으로 갔다. 그런데 정작 축제장 가까운 주차장에 자리가 좀 있었다. 출출했지만 동네 식당도 멀고 이미 3시 가까운 시각이라 점심을 먹기엔 애매해 떡볶이, 순대, 와플을 나눠 먹는 걸로 끝냈다. 잘 된 것이, 우리가 지나..

가다 2024.03.21

어른의 악몽

2024. 3. 13. 어렸을 때는 귀신이 나오거나 좀비에게 쫓기거나 하는 악몽을 주로 꿨던 것 같다.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어쨌든 눈앞에 나타나면 무서운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조금 다른 종류의 악몽을 꾸곤 한다. 저번 주말에 일정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느라 청소를 하지 못했다. 아니 이제 눈에 띄는 곳의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어느 정도 해 주고 있으므로 먼지를 털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그런데도 내심 해야 할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어젯밤 꿈의 내 방에서는 벌레가 득실거렸다. 등장한 벌레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다양한 크기의 바퀴벌레 4 형광 녹색의 무당벌레 2 거미 1 갈대색의 큰 길앞잡이처럼 생긴 벌레 1 왕지네 2 자취..

쓰다 2024.03.21

필충만 PD의 멋진 졸업

2024. 3. 8. 세아스토리의 필충만 PD가 졸업한다는 소식을 화요일에 전해 들었다. 사실 마크 3 졸업 즈음부터 현생이 바빠진 것도 있고 이사로 출퇴근 패턴이 바뀐 것도 있고 해서 버튜버 일체를 잘 챙겨보지 못했고 가끔 편집본 위주로 보는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충만의 졸업은 약간 충격이었다. 마크 3가 졸업할 땐 많이 아쉽긴 해도 ‘언젠가 와야 할 일이 왔구나.’라는 생각이었다면 충만은 왠지 세아스토리가 끝날 때까지 있을 줄 알았는데. 현재 인원으로 세아스토리는 계속될 것이고 나름의 재미가 있겠지만, 나를 인방에 입문시켰던 내가 좋아했던 세아스토리는 이제 과거로 사라졌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세아스토리 본방, 그리고 이제 전업 스트리머가 된 응과장 개인 방송까지 끝까지 시청했다. 인벤 기자 시절부터..

쓰다 2024.03.18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5일차

마지막 날이다. 아무리 휴양이라도 숙소 근처에서 빈둥대기만 하면 아쉬워서인지 해안 진꺼우 사원을 가는 일정이 있었다. 갔어도 딱히 볼 건 없었다. 섬 전체가 휴양지 그 자체라 문화유적이랄 게 없는 느낌. 난 역시 아직 휴양보단 여행이 취향이다. 낮이라 야시장 쪽 가게는 대부분 닫은 상태였다. 오바마가 갔다는 분짜 음식점에 가서 분짜는 안 먹고 튀김과 반쎄오를 시켜 먹었다. 반쎄오는 내용물이 좀 부실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할 게 없어서 카페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크래프트 비어라고 써 있길래 과연 뭐가 나올까 두근대며 주문했는데 그냥 캔맥주가 나왔다. (평소엔 안 마시는) 커피나 시킬 걸 그랬나. 배가 떠 있는 강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왔다. 호텔 근처 야시장으로 돌아가 마사지를 받았다. 이제 별..

가다 2024.03.10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4일차

썬월드에 가는 일정이다. 남쪽으로 내려가 어제 배 위에서 보던 그 로마 스타일 건물들 사이를 통과해 케이블카 역으로 갔다. 케이블카는 세계 최장 길이라고 하는데 매우 높고 길었다. 바다, 배, 섬, 부두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입장권에는 놀이기구와 워터파크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물에 들어가기 귀찮아 놀이기구만 이용하기로 했다. 우든 롤러코스터는 짧지만 격렬해 재밌게 즐겼고 어머니는 이제 이런 걸 타면 머리가 아프신지 아래서 쉬셨다. 그 외엔 딱히 탈 만한 게 없었고 워터파크에 볼 게 더 많아 보였다. 바닷가 구경을 하다 워터파크를 지나 11:30 케이블카 쉬는 시간이 되기 전에 돌아왔다.사노 비치를 갈까 했지만 아래 캠 비치가 식당이 좀 더 많은 것 같아서 그쪽으..

가다 2024.03.08

사진 앨범을 만들며

2024. 3. 6. 라이트룸에서 raw 파일을 제외한 모든 사진을 아이클라우드로 이전했다. 앨범들의 사진 카운트가 모두 0이 되었다. 예전에 아이포토 라이브러리에서 마이그레이션 한 이후로 전혀 관리를 하지 않던 앨범들이다. 이참에 싹 지웠다. 아이클라우드에선 다시 앨범 정리를 해 볼까 하고 라이브러리 제일 바닥의 사진부터 돌아보며 하나씩 앨범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숫자를 보니 난 예전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친구들과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다. 동아리 사진도 생각보다 많았다. MT와 각종 행사에 신입생, 집행기 시절에 참 열심히도 참여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며 생각하니 딱히 영양가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선배들을 내심 불편해했던 것 같다. 동기..

쓰다 2024.03.08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3일차

조식을 먹고 호핑 투어까지 시간이 좀 남아 엄마와 동생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김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살아있는 벌레는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저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거지? 동생이 갑자기 불러서 수영장 앞으로 나가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셀카 모드로 바꿔서 내 사진을 찍었다. 버스로 남쪽으로 이동해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무로 얼기설기 지어졌으며 곳곳에 화분이 놓인 소박하고 예쁜 곳이었다. 보트로 출항해 큰 배로 옮겨 탔다. 점심으로는 각종 과일과 반미, 그리고 보일링 크랩이 나왔다. 이걸 여기서 먹게 되다니, 반가웠다. 맥주가 무한정 제공되는 점이 좋았다. 스노클링을 하는데 물이 엄청나게 짜다. 물도 그렇게 맑지는 않고 생선도 많이 보이진 않는다. 세부나 동해 물이 정말 ..

가다 202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