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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5일차

마지막 날이다. 아무리 휴양이라도 숙소 근처에서 빈둥대기만 하면 아쉬워서인지 해안 진꺼우 사원을 가는 일정이 있었다. 갔어도 딱히 볼 건 없었다. 섬 전체가 휴양지 그 자체라 문화유적이랄 게 없는 느낌. 난 역시 아직 휴양보단 여행이 취향이다. 낮이라 야시장 쪽 가게는 대부분 닫은 상태였다. 오바마가 갔다는 분짜 음식점에 가서 분짜는 안 먹고 튀김과 반쎄오를 시켜 먹었다. 반쎄오는 내용물이 좀 부실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할 게 없어서 카페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크래프트 비어라고 써 있길래 과연 뭐가 나올까 두근대며 주문했는데 그냥 캔맥주가 나왔다. (평소엔 안 마시는) 커피나 시킬 걸 그랬나. 배가 떠 있는 강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왔다. 호텔 근처 야시장으로 돌아가 마사지를 받았다. 이제 별..

가다 2024.03.10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4일차

썬월드에 가는 일정이다. 남쪽으로 내려가 어제 배 위에서 보던 그 로마 스타일 건물들 사이를 통과해 케이블카 역으로 갔다. 케이블카는 세계 최장 길이라고 하는데 매우 높고 길었다. 바다, 배, 섬, 부두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입장권에는 놀이기구와 워터파크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물에 들어가기 귀찮아 놀이기구만 이용하기로 했다. 우든 롤러코스터는 짧지만 격렬해 재밌게 즐겼고 어머니는 이제 이런 걸 타면 머리가 아프신지 아래서 쉬셨다. 그 외엔 딱히 탈 만한 게 없었고 워터파크에 볼 게 더 많아 보였다. 바닷가 구경을 하다 워터파크를 지나 11:30 케이블카 쉬는 시간이 되기 전에 돌아왔다.사노 비치를 갈까 했지만 아래 캠 비치가 식당이 좀 더 많은 것 같아서 그쪽으..

가다 2024.03.08

사진 앨범을 만들며

2024. 3. 6. 라이트룸에서 raw 파일을 제외한 모든 사진을 아이클라우드로 이전했다. 앨범들의 사진 카운트가 모두 0이 되었다. 예전에 아이포토 라이브러리에서 마이그레이션 한 이후로 전혀 관리를 하지 않던 앨범들이다. 이참에 싹 지웠다. 아이클라우드에선 다시 앨범 정리를 해 볼까 하고 라이브러리 제일 바닥의 사진부터 돌아보며 하나씩 앨범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숫자를 보니 난 예전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친구들과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다. 동아리 사진도 생각보다 많았다. MT와 각종 행사에 신입생, 집행기 시절에 참 열심히도 참여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며 생각하니 딱히 영양가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선배들을 내심 불편해했던 것 같다. 동기..

쓰다 2024.03.08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3일차

조식을 먹고 호핑 투어까지 시간이 좀 남아 엄마와 동생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김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살아있는 벌레는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저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거지? 동생이 갑자기 불러서 수영장 앞으로 나가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셀카 모드로 바꿔서 내 사진을 찍었다. 버스로 남쪽으로 이동해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무로 얼기설기 지어졌으며 곳곳에 화분이 놓인 소박하고 예쁜 곳이었다. 보트로 출항해 큰 배로 옮겨 탔다. 점심으로는 각종 과일과 반미, 그리고 보일링 크랩이 나왔다. 이걸 여기서 먹게 되다니, 반가웠다. 맥주가 무한정 제공되는 점이 좋았다. 스노클링을 하는데 물이 엄청나게 짜다. 물도 그렇게 맑지는 않고 생선도 많이 보이진 않는다. 세부나 동해 물이 정말 ..

가다 2024.03.07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2일차

엄마와 동생은 일찍 일어나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고 아빠는 조식을 드시고 몸이 안 좋아 쉬러 들어가셨다. 나는 혼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에 들어가 보려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면에 벌레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 조용히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 물에 들어가는 것도 몸서리쳐지는 데 수영을 하면서 코나 입으로 들어올 것 같았다. 공용 풀장은 상태가 좀 괜찮은 것 같아 좀 놀다 선베드에 누웠다. 안경이 불편하다. 이럴 때마다 도수 넣은 물안경을 맞추면 좋겠다 싶지만,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생각을 접는다. 엄마, 동생이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대충 앞에 보이는 Morris Bistro로 갔는데 평범했다. 반쎄오에 내용물은 많이 들어있었지만 계란옷이 조금 눅눅했다. 분..

가다 2024.03.06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1일차

이번 설날에 가족 여행으로 푸꾸옥을 떠났다. "휴양지를 가자!"라는 것만 전해듣고 모든 계획을 동생에게 맡겼다. 여행지에 비해 세세한 계획까진 필요없으니까. 평소엔 남에게 맡기기 불안해 내가 항상 계획을 짰는데, 신경을 안 쓰니 이렇게 편하다니. 공항에서 점심으로 쉑쉑버거를 먹었다. 시카고에서 먹었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먹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비싼 데다 번이 맛이 없다. 오히려 쉑쉑 짭같이 생긴 프랭크버거 번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한국에선 SPC 계열이라 기피했는데 이젠 정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기내식을 비빔밥과 중국식 대구요리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비빔밥은 물론 맛있지만 매번 먹어서 이번엔 대구 요리를 골라 봤다. 약간 코다리 느낌이 난다. 대한항공 맥주가 있었..

가다 2024.03.05

초등학교 동창 결혼식

2024. 3. 2. 초등학교 동창인 N의 결혼식 날이다. 월요일에 회사 쉬는 것까지 해서 4일 연휴의 중간에, 그것도 애매한 3시에 식을 잡다니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당일은 정신없을 테니 나중에 생각나면 하기로 했다. 식장은 본가에서 가까운 뉴코아라 편했다. 사실 여기 식장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부터 홈플러스에 가는 차량인지 뉴코아에 가는 차량인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운전자들은 고달프구나 생각하며 느긋하게 걸어 들어갔다. 식장까지 가는 길은 곳곳에 표지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미로 같아 게임 길 찾는 감각으로 이동했다. 축의금을 내고 바로 옆에서 걸어오는 J를 발견했다. 이 친구가 N에게 신랑을 소개해 준 사람이다. 대학 동창이라던데, 하도 얘기를 들어 나도 얼굴도 모..

쓰다 2024.03.04

아기는 귀엽지만 굳이

2024. 3. 1. 게임을 하다 늦게 자서 정오 넘어 일어났다. 라면으로 간단히 때우고 준비를 해서 예술의전당으로 갔다. 회사 내 포럼에 누군가 미셸 들라크루아 전시 티켓을 나눔했는데, 나는 시간이 안 되어 받진 않았지만 전시는 좋아 보여 마침 인천으로 이동하는 중에 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인기가 너무 많아 매진이었다.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가기로 했다. 예매를 위해 예술의전당 회원가입을 하려는데 아이디 8자 이상에 비밀번호 길이, 사용 가능 특수문자 제한까지 보안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안 좋은 제약은 다 걸어놓았다. 내가 이래서 여태 가입을 안 했구나. 인터파크 예약이 되어서 가입할 필요는 없었다. 저 제약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평생 가입할 일은 없을 것이다. G와 합류해 J네로..

쓰다 2024.03.04

집 사는 것도 힘들었는데 소명서까지

2024. 2. 18. 부동산 거래 신고 소명서 작성 기일이 다가왔다. 주말 내에 끝내야 할 것 같았다. 할 일이 많았지만 다 제쳐두고 점심을 빠르게 컵라면으로 때운 다음 일에 착수했다. 저번에 개요를 쭉 훑어보면서 생각했지만 너무 필요한 자료가 많다. 은행과 각종 민원 사이트에 몇 번이고 접속해야 했는데, 한국 은행 사이트들의 수준은 대학생 때와 비교해서 나아진 게 없어 보였다. 수많은 악성 프로그램을 내 손으로 설치하기 싫어 Windows Sandbox의 신세를 몇 번이나 졌는지. 어떤 사이트는 Edge로 접속하자 안 되는 곳이 있어 혹시 몰라 Chrome을 설치하니 된다. 10년 전에 내가 아마추어 웹 개발을 할 때도 IE, FF, Chrome, Opera에서 모두 테스트해 돌아가게 만들었는데, 같..

쓰다 2024.03.03

강남역 스시도온

생일을 맞아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어 오랜만에 스시오마카세를 들렀다. 마침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강남역 근처 스시도온에 예약을 잡았다. 여태 들러본 스시야는 보통 다찌 좌석밖에 없었는데, 여긴 테이블 석도 꽤 있었다. 얼마전 비밀의 숲을 보기 시작해서 그런가 높으신 분들이 많이 들르지 않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내부는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다. 계란찜. 토마토소스가 얹어져 있어 새콤달콤하게 양식 느낌이 난다. 내부엔 은행과 전복이 들어 있다. 초카이산 준마이다이긴죠, 15도. 탄산이 약간 있어 청량하며 프루티 하다. 대합이 들어간 스이모노. 이것과 뒤에 나올 꽃게장국은 리필이 가능하다. 줄가자미. 고소하고 적당히 두꺼워 탄력 있게 씹힌다. 다시마 숙성한 능성어. 감칠맛이 끝내줬다. 약하게 간이 되어..

먹다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