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57

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1일차: 출국, 중국 입국

J의 아내가 회사에서 안식휴가 두 달을 받아 남미를 돌고 있는 사이, 나와 J는 약 열흘 정도 독일, 덴마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당일이 되어 남은 식재료를 싹 먹어 냉장고를 비워버리고 올해 마지막 설거지, 청소까지 끝냈다. 저녁 출발이라 시간이 남아 눈오리 집게를 가지고 밖에 나갔다. 눈이 잘 뭉쳐지지 않아 오리가 자꾸 반으로 갈라졌으나 점차 요령이 생겨 아파트 앞 수전함 위에 7마리를 얹어놓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버스를 탈 때 예약이 필요하다는 카톡을 받고 놀랐다. 아래는 대화 전문이다. J: 공항버스부터 못탈뻔했네 J: 휴.. J: 예약안했다고 승차 제지당함 나: 엥 나: 공항버스 예약해야함? J: 내가 똑같이 J: 기사한테 물어봤다가 J: 한심하단 표정으로 J: 그거 바뀐지가 언제인데 ..

가다 2024.04.02

약간 이른 구례 산수유축제

J 형이 내게 구례 산수유축제와 광양 매화축제 소식을 들고 왔다. 딱 3월 9일 주말이 비어 출사도 갈 겸 따라갔다. 기름값 반띵하고 사진 편집 정도만 하면 운전은 할 필요 없으니 편하다. 내려가는데 형이 목적지를 잘못 찍어 아래로 더 내려가 도착 시간이 30분 정도 늦어졌다. 13시 반 정도에 마을 초입에 다다라 길게 늘어선 차 맨 뒤로 줄을 섰다. 그 와중 앞으로 가 끼어들려는 얌체는 늘 있다. 안내를 따라 천천히 마을을 빙빙 돌다 로타리 한쪽에 빈 공간이 나 주차 후 한참 걸어 축제장으로 갔다. 그런데 정작 축제장 가까운 주차장에 자리가 좀 있었다. 출출했지만 동네 식당도 멀고 이미 3시 가까운 시각이라 점심을 먹기엔 애매해 떡볶이, 순대, 와플을 나눠 먹는 걸로 끝냈다. 잘 된 것이, 우리가 지나..

가다 2024.03.21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5일차

마지막 날이다. 아무리 휴양이라도 숙소 근처에서 빈둥대기만 하면 아쉬워서인지 해안 진꺼우 사원을 가는 일정이 있었다. 갔어도 딱히 볼 건 없었다. 섬 전체가 휴양지 그 자체라 문화유적이랄 게 없는 느낌. 난 역시 아직 휴양보단 여행이 취향이다. 낮이라 야시장 쪽 가게는 대부분 닫은 상태였다. 오바마가 갔다는 분짜 음식점에 가서 분짜는 안 먹고 튀김과 반쎄오를 시켜 먹었다. 반쎄오는 내용물이 좀 부실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할 게 없어서 카페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크래프트 비어라고 써 있길래 과연 뭐가 나올까 두근대며 주문했는데 그냥 캔맥주가 나왔다. (평소엔 안 마시는) 커피나 시킬 걸 그랬나. 배가 떠 있는 강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왔다. 호텔 근처 야시장으로 돌아가 마사지를 받았다. 이제 별..

가다 2024.03.10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4일차

썬월드에 가는 일정이다. 남쪽으로 내려가 어제 배 위에서 보던 그 로마 스타일 건물들 사이를 통과해 케이블카 역으로 갔다. 케이블카는 세계 최장 길이라고 하는데 매우 높고 길었다. 바다, 배, 섬, 부두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입장권에는 놀이기구와 워터파크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물에 들어가기 귀찮아 놀이기구만 이용하기로 했다. 우든 롤러코스터는 짧지만 격렬해 재밌게 즐겼고 어머니는 이제 이런 걸 타면 머리가 아프신지 아래서 쉬셨다. 그 외엔 딱히 탈 만한 게 없었고 워터파크에 볼 게 더 많아 보였다. 바닷가 구경을 하다 워터파크를 지나 11:30 케이블카 쉬는 시간이 되기 전에 돌아왔다.사노 비치를 갈까 했지만 아래 캠 비치가 식당이 좀 더 많은 것 같아서 그쪽으..

가다 2024.03.08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3일차

조식을 먹고 호핑 투어까지 시간이 좀 남아 엄마와 동생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김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살아있는 벌레는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저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거지? 동생이 갑자기 불러서 수영장 앞으로 나가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셀카 모드로 바꿔서 내 사진을 찍었다. 버스로 남쪽으로 이동해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무로 얼기설기 지어졌으며 곳곳에 화분이 놓인 소박하고 예쁜 곳이었다. 보트로 출항해 큰 배로 옮겨 탔다. 점심으로는 각종 과일과 반미, 그리고 보일링 크랩이 나왔다. 이걸 여기서 먹게 되다니, 반가웠다. 맥주가 무한정 제공되는 점이 좋았다. 스노클링을 하는데 물이 엄청나게 짜다. 물도 그렇게 맑지는 않고 생선도 많이 보이진 않는다. 세부나 동해 물이 정말 ..

가다 2024.03.07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2일차

엄마와 동생은 일찍 일어나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고 아빠는 조식을 드시고 몸이 안 좋아 쉬러 들어가셨다. 나는 혼자 빌라 바로 앞의 수영장에 들어가 보려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면에 벌레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 조용히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 물에 들어가는 것도 몸서리쳐지는 데 수영을 하면서 코나 입으로 들어올 것 같았다. 공용 풀장은 상태가 좀 괜찮은 것 같아 좀 놀다 선베드에 누웠다. 안경이 불편하다. 이럴 때마다 도수 넣은 물안경을 맞추면 좋겠다 싶지만,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생각을 접는다. 엄마, 동생이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대충 앞에 보이는 Morris Bistro로 갔는데 평범했다. 반쎄오에 내용물은 많이 들어있었지만 계란옷이 조금 눅눅했다. 분..

가다 2024.03.06

내가 계획 안 짠 푸꾸옥 여행 1일차

이번 설날에 가족 여행으로 푸꾸옥을 떠났다. "휴양지를 가자!"라는 것만 전해듣고 모든 계획을 동생에게 맡겼다. 여행지에 비해 세세한 계획까진 필요없으니까. 평소엔 남에게 맡기기 불안해 내가 항상 계획을 짰는데, 신경을 안 쓰니 이렇게 편하다니. 공항에서 점심으로 쉑쉑버거를 먹었다. 시카고에서 먹었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먹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비싼 데다 번이 맛이 없다. 오히려 쉑쉑 짭같이 생긴 프랭크버거 번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한국에선 SPC 계열이라 기피했는데 이젠 정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기내식을 비빔밥과 중국식 대구요리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비빔밥은 물론 맛있지만 매번 먹어서 이번엔 대구 요리를 골라 봤다. 약간 코다리 느낌이 난다. 대한항공 맥주가 있었..

가다 2024.03.05

시간 집약적 LA 여행 5일차

눈을 감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분명 어제는 1시 45분 출발이라 했는데 일어나니 30분 호텔 도착 예정이라고 공지 카톡이 와 있었다. 부랴부랴 준비해 나갔다. 다른 분도 갑자기 당겨진 픽업 시간 때문인지 아직 준비를 못한 것 같았고, 여행사 측 사람은 카톡방에서 그분을 계속 몰아붙이고 있었다. 25분쯤 체크아웃하고 나와서 기다렸는데 차가 도착한 시간은 결국 45분이었다. 아버지가 "이럴 거면 말을 말지, 화장실도 못 갔는데."라고 한 마디 하셨는데, 여행사 측 사람이 "그럼 가세요."라고 하면서 언성이 약간 높아지는 걸 보고 미친 사람인가 싶었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짜증까지 났지만, 괜히 가이드 긁었다 여행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참았다. 정작 가이드는 다른 분이..

가다 2024.01.10

시간 집약적 LA 여행 4일차

투어 첫날. 새벽같이 일어나 체크아웃하면서 최소한의 물건을 제외한 짐을 호텔에 맡기고 투어 차량에 탑승했다. 과연 미국은 땅이 넓다. 관광지 한 곳 한 곳을 갈 때마다 차에서 몇 시간을 버텨야 한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기차에 실린 컨테이너,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물류 센터,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풍력 발전기가 보였다.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웃렛에 들러 잠바와 옷을 샀다. 쇼핑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지만 막상 하면 나름 재밌고 시간도 잘 간다. 부족한 건 돈이지. 옛날 오로라 아웃렛에 들렀을 때 시향해 본 이후로 늘 가지고 싶었던 코치 EDP도 구입했다. 이 아울렛에서 유일하게 먹을 만할 건 파이브 가이즈라는 리뷰를 봐서 생각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몇 년 전 출장지에서 선배..

가다 2024.01.07

시간 집약적 LA 여행 3일차

아침부터 차를 몰고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로 갔다. 어제 하루종일 시내운전만 하다 고속도로를 타니 마음이 좀 편했다. 출장이나 여행이 아니면 차를 몰 일이 없으니까 나는 만년 초보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 파크,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의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나와 동생은 마블 캐릭터 쪽이 더 친숙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만 돌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각자 마음에 드는 미키 마우스 머리띠를 하나씩 사 썼다. 아버지는 이런 걸 왜 쓰냐는 눈치였지만 나와 동생의 텐션에 얌전히 하나 고르셨다. 앞사람이 first visitor 뱃지를 받길래 우리도 달라고 해서 각자 옷에 달았다. 이곳에서 즐긴 것은 섹션을 나누어서 정리해 보기로 한다. 공원 내부 볼거리의 실시간 정보는 대부분 디즈니랜드 앱에 업데이트되어 편하게 찾..

가다 2023.12.12